프레지던츠컵은 명색이 국가대항전이다. 따라서 축구 A매치처럼 홈팀의 일방적인 응원은 승리를 위해 필수적이다. 미국과 유럽의 골프대항전인 라이더컵은 양국 국기를 든 단체 응원전이 볼 만하다. 일반 투어 대회와 달리 상대 선수를 견제하는 야유도 흔하다.
하지만 아시아에서는 처음으로 8일 인천 송도의 잭 니클라우스 골프장에서 열린 2015 프레지던츠컵을 관전하러 나온 국내 팬들은 2만명에 달하는 구름 관중임에도 불구하고, 홈팀인 인터내셔널팀 승리에 크게 도움이 되지 않았다.
선수들이 좋은 샷을 날릴 때 환호가 쏟아졌고 퍼트가 살짝 홀을 비켜갈 때는 깊은 탄식이 터져 나왔다. 여기에는 홈팀, 원정팀 구별이 없었다. 갤러리 대부분은 홈팀을 응원하기보다 세계 골프의 양강(兩强)인 조던 스피스, 제이슨 데이의 플레이와 미국에서도 인기 높은 필 미컬슨을 보러 온 게 분명했다. 스피스 조의 상대방이 뉴질랜드 교포 대니 리여서 가장 많은 갤러리가 따라다녔다. 골프팬이라면 한국을 처음 찾은 이들의 모습에 열광하는 것도 당연해보였다.
사실 인터내셔널팀이 홈팀이란 인식은 관념에만 머물 뿐 팬들에게 생소하기 그지없다. 유럽과 달리 인터내셔널팀의 정체성이 지리적으로나 역사적으로 너무나 모호하기 때문이다. 7개국 연합팀인 인터내셔널팀은 남아공, 호주, 인도 등 한국과 멀리 떨어진 국가 출신이 대다수를 차지해 이들은 응원하기란 쉽지 않다. 게다가 유일한 한국 선수인 배상문은 이날 출전조차하지 못하고 연습장에서 머물렀다. 만약 배상문이 출전해 대니 리와 함께 스피스 조와 겨뤘다면 흥행몰이에 도움이 됐을 거란 관측이 나온다.
인천=서완석 체육전문기자
정체성 모호한 프레지던츠컵 인터내셔널팀
입력 2015-10-09 17:4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