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몽준 대한축구협회 명예회장의 ‘축구 대통령’ 꿈이 사실상 무산됐다.
FIFA는 8일(한국시각)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정 명예회장이 FIFA 윤리위원회로부터 자격정지 6년 징계를 받았다고 밝혔다. 제프 블라터 FIFA 회장과 미셸 플라티니 유럽축구연맹(UEFA) 회장, 제롬 발케 전 FIFA 사무총장에겐 자격정지 90일 징계가 내려졌다. 징계는 발표와 동시에 유효하며, 징계를 받은 인물들은 해당 기간 자국은 물론 국제적으로도 축구 관련 행위가 일체 금지된다.
이번 징계로 차기 FIFA 회장 선거의 가장 유력한 후보였던 플라티니 회장과 정 명예회장은 출마가 불가능해졌다. 징계로 인해 오는 26일로 마감되는 차기 회장 선거 후보등록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FIFA 윤리위원회는 정 명예회장이 2010년 한국의 2022년 월드컵 유치전 과정에서 7억7700만 달러(약 9025억원)의 기금을 조성해 축구발전을 위해 쓰겠다는 서한을 국제 축구 관계자들에게 발송한 것과 정 명예회장이 윤리위를 비판한 부분에 대해 징계를 추진해 왔다.
정 명예회장은 지난 6일 서울 축구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내가 FIFA 내부의 핵심을 정면으로 겨냥했기 때문에 공격 대상이 됐다”며 “FIFA 윤리위원회가 내게 19년 자격정지라는 징계를 내려 회장 후보 등록을 저지하려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정 명예회장 측은 이번 제재와 관련해 스위스에 있는 스포츠중재재판소(CAS)를 통해 법적 대응에 나설 것으로 알려졌다.
블라터 회장은 카리브해 지역의 월드컵 방송 중계권을 제 가치에 훨씬 못 미치는 가격에 팔아넘긴 혐의 등으로 징계를 받았다.
플라티니 회장은 블라터 회장으로부터 200만 스위스프랑(약 24억원)을 받는 등 부패 문제에 연루됐다는 혐의를 받았다. 스위스 연방검찰 조사 결과, 플라티니 회장은 2011년 FIFA 회장 선거를 앞두고 블라터 회장으로부터 이 돈을 챙겼다. 플라티니 회장은 1999년부터 2002년 사이 FIFA 기술고문으로 일했던 급여를 당시 FIFA 재정상황상 뒤늦게 받은 것이라 주장했지만 석연치 않다는 비판이 이어졌다.
유력 후보였던 플라티니 회장과 다크호스였던 정 명예회장의 낙마로 알리 빈 알 후세인 요르단 왕자의 당선 가능성이 커졌다. 지난 선거에서 블래터 회장의 5선을 저지하기 위해 출마했다 패한 알리 왕자는 전임 회장 시대의 비리를 해결할 적임자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김태현 기자 taehyun@kmib.co.kr
정몽준 명예회장 자격정지 6년 징계
입력 2015-10-08 21: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