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책] 분홍보자기

입력 2015-10-08 19:11

분홍보자기/글·그림 윤보원/창비

아이의 창의성을 키워주겠다는 엄마들은 많다. 그런 이유로 가지고 놀라며 커다란 보자가 하나를 건네주는 엄마들은 많지 않을 것 같다. 로봇이며, 인형이며, 장난감 자동차며 공장에서 쏟아지는 장난감이 널려 있는 세상이니까.

하지만 창의성이야말로 아이들이 상상의 나래를 펼 수 있는데서 출발한다. 보자기는 그런 상상력의 자극체이다. 커다란 천 조각에 불과한 보자기이지만 아무런 형상을 담지 않았기에 상상에 따라 무한변신하기 때문이다.

지난 추석 시골 할머니가 고추장, 간장, 된장 등을 잔뜩 담아 질끈 묶어준 분홍 보자기. 집집마다 몇 개 쯤 을 있을 그런 흔한 분홍색 보자기를 가지고 이야기를 만들어낸 예쁜 그림책이다.

주인공 꼬마는 이 보자기를 갖고 혼자 상상하며 신나게 놀이를 한다. 엉덩이에 묶으면 꼬리 달린 동물이 된 기분이 들고 목에 묶으면 사뿐사뿐 나비가 된 듯하다. 허리에 묶으면 멋진 공주 옷이 된다. 변신은 계속 된다. 바닥에 깔고는 곰 인형과 함께 소풍놀이를 한다. 다리 사이에 끼우면 달그락달그락 말이 되고 둥그렇게 둘러놓으면 포근한 둥지가 되어준다. 보자기를 갖고 노는 아이의 상상은 끝없이 이어지는데….

왼쪽 면에는 아이가 집안에서 보자기를 가지고 노는 모습이 사실적으로 그려지고, 오른쪽 면에는 아이의 상상 속 모습이 그려진다. 현실의 모습은 색 없이 선만으로 간략하게 묘사한 반면에 상상의 세계는 현실과 대비 되도록 화사한 색들로 과장되고 유머러스하게 표현됐다.

창의성을 키우고 싶다면 아이 손에서 스마트 폰을 잠시 떼어내고 보자기 한 장을 건네주는 건 어떨까.

손영옥 선임기자 yosoh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