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에 잡히는 책] 눕기의 기술

입력 2015-10-08 19:07

눕기의 기술/베른트 브루너/현암사

“나는 눕고 싶어서 누웠을 뿐이다.” 이런 말을 꺼내기에는 약간의 용기가 필요한 시대다. 눕는 것은 게으르고 부끄러운 일이라는 게 현대인을 관통하는 암묵적인 정서다. 하지만 눕지 않기를 고집하다가는 죽음에 이를 뿐이다.

저자는 독특하고 흥미로운 주제에 대해 역사, 문화사, 학술사를 넘나들며 파헤치는 책들을 써 온 독일 작가 베른트 브루너다. 침실의 사회적 변천사, 잘 눕기 위해 고안됐던 기계들, 가장 편안하게 눕기 위한 자세 연구 등 눕기를 둘러싼 역사적, 과학적, 철학적 이야기들을 풀어놓는다.

너무 진지해서 때론 웃기다. 이런 식이다. ‘가장 편안하게 느끼는 엉덩이와 무릎의 각도는 133~134도다’ ‘지금이 바로 자세를 바꿀 때임을 알려주는 신비로운 힘이 있다. 중력과 자신의 몸무게로 인해 생기는 압력이다.’ ‘어떤 매트리스가 좋은지는 누워봐야 안다.’ 유머러스한 삽화도 한 몫 거든다.

지그문트 프로이트, 마르셀 프루스트, 마크 트웨인, 슬라보예 지젝도 눕기를 예찬했다고 소개한다. 미켈란젤로가 시스티나 성당 천장화를 그릴 수 있었던 것에 대한 저자의 해석(“그가 고대로부터 내려온 명예로운 활동, 즉 침대에 누워 있는 걸 좋아했기 때문이라고 확신한다”)에 이르면 눕는 일의 중요성에 설득되고 만다.

문수정 기자 thursda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