쌉싸름한 청춘 르포 '청춘일기' 낸 조성주

입력 2015-10-08 17:39

요즘 뜨는 젊은 정치인 조성주(37)씨가 신간을 들고 왔다. 청년세대의 힘든 생활과 내면을 기록한 ‘청춘일기’(꽃핀자리)다. ‘진보정치 2세대 조성주의 청춘르포’라는 부제가 붙어 있다. 그를 7일 서울 여의도 국민일보 빌딩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글이 경쾌하다. 문학적인 표현도 많고, 유머도 있다.

“(웃음) 정의당 대표 출마선언문으로 이름이 알려지다 보니 정치적인 글만 쓰는 걸로 아시지만 나는 원래 이런 스타일의 글을 쓰는 사람이다. 만연체이면서 다소 감성적인 편이다.”

-청년들의 에피소드 스무 편이 실렸는데 하나하나가 짧은 청춘소설처럼 보인다.

“청년유니온 정책기획팀장으로 일하면서 만났던 청년들의 이야기를 솔직하게 썼다. 2011년부터 14년까지 3년간 ‘삶이 보이는 창’이라는 잡지에 연재했던 글이다. 대중매체에 글을 발표한 건 이 때가 처음이었다.”

-내용은 굉장히 우울하다.

“나도 의외였다. 겉으로는 밝고 활달해 보이는데 속에 있는 얘기를 꺼내 보면 대부분 어두웠다. 평생 이렇게 살 수 있을까? 저축도 없고, 비정규직을 전전하면서? 다들 불안에 시달리고 있었다. 청년들의 내면에 있는 불안을 겉으로 드러내 보이고 싶었다.”

-불안이 지금 청년들의 상태를 설명하는 키워드인가?

“불안이 청년문제의 본질이라고 생각한다. 예전 청년들에게는 근거 없는 낙관이 있었다. 막 살아도 ‘뭐든 되겠지’ 그런 게 있었던 것 같다. 그런데 요즘 청년들에게는 그런 낙관주의가 보이지 않는다. 여기서 한 발만 벗어나면 정말 노숙자가 될 수도 있겠구나, 다시 고시원으로 밀려나면 어쩌지, 나중에 폐지 줍는 노인이 되지 않을까, 그런 두려움을 갖고 있다.”

-그들의 불안이나 두려움이 혹시 과장된 건 아닌가?

“과도한 측면도 있다고 본다. 기성세대는 그들이 나약하다고 말한다. 100% 틀린 얘기는 아니다. 그렇지만 우리사회가 젊은이들을 그렇게 성장시켰구나, 그런 생각도 하게 된다. 1등만 살아남는 세상? 그러면 1등이 아닌 나머지는 패배자, 성공하지 못한 사람이 된다. 이 사회가 청년들에게 공포나 불안을 주입했다고 할 수 있다. 실패해도 괜찮다, 젊으니까 또 기회가 있다, 그런 사인을 청년들에게 준 적이 한 번도 없다.”

-책에 각종 알바생과 비정규직, 소규모 자영업자 등이 등장한다. 출마선언문에 나오는 ‘광장 밖의 사람들’ ‘민주주의 바깥의 시민들’이 이들인가?

“맞다. 이 책에 나오는 친구들을 떠올리며 연설문을 작성했다. 이 존재들을 어떻게 불러야 할까? 나는 ‘비정규직’이란 단어로 표현할 수 없다고 봤다. 이 친구들의 문제를, 이들의 느끼는 불안을 어떻게 불러야 할까? 그래서 ‘광장 밖의 사람들’이란 말을 생각해냈다.”

-출마선언문은 주목을 받았고 하루아침에 유명인사가 됐다.

“(출마선언문이) 1987년 이후 한국사회를 새롭게 정의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다들 ‘민주주의의 후퇴’라고 말하는데 여기에 담겨지지 않은 것, 거기에서 빠진 존재들을 얘기했다. 민주주의가 후퇴하는 게 아니라 좁아지는 것이라고 봤다. 민주주의가 좁아질 때 어떤 문제가 발생하는가를 말하려고 했다. 약한 존재들이 민주주의 밖으로, 광장 밖으로 쫓겨난다는 것이다.”

-그 사람들을 광장 안으로 들어오게 하는 게 목표인가?

“그렇다. 광장을 열고 넓히는 게 정치라고 생각한다. 광장 바깥의 존재들이 광장 안에 들어와서 자기들의 목소리를 내고 정치에 반영하고 우리 사회의 중요한 목소리가 되도록 하는 게 내가 생각하는 정치, 한국에서 필요한 정치라고 본다.”

-지난 8월 정의당 미래정치센터 소장에 임명됐는데 어떤 청년 정책들을 준비하고 있나?

“가장 시급한 건 고용보험 개혁을 통해 실업안전망을 만드는 것이다. 요즘 청년들은 직장을 다녀보지 못한 경우가 많다. 그런데 실업급여는 직장을 다니다 해고된 사람들만 받을 수 있다. 직장에 들어가 보지도 못한 이들은 아예 대상이 안 된다. 자발적으로 그만 둔 경우도 배제된다. 이들이 바로 광장 밖의 청년들이다. 실업급여를 개혁해 광장을 넓혀야 한다. 청년들이 일자리 찾기가 어렵다는 현실을 인정하고 구직활동을 하고 있다면 실업급여를 다 줘야 한다. 외국에서는 대부분 그렇게 한다.”

-당신에게 이 책은 뭔가?

“이 글을 연재하면서 정치를 해야겠다고 결심했다. 이 글에서 출마선언문이 나왔다. ‘조성주 정치’의 기본 원료가 되는 책이다.”

김남중 기자 nj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