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정호의 소속팀 피츠버그 파이어리츠가 8일(한국시간) 열린 와일드카드 결정전 단판 승부에서 시카고 컵스에 0대 4로 패하면서 올 시즌을 마감했습니다. 경기가 열렸던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피츠버그의 PNC 파크는 물론 주변 상가 등에서도 하루 종일 응원 열기가 뜨거웠는데요.
시카고 컵스를 취재하러 피츠버그로 간 시카고 WGNTV의 폴 콘래드(Paul Konrad)는 트위터로 경기장 주변의 열기를 사진으로 보여줬습니다.
구장 건너편 상가 건물에는 당연히 홈 구단인 피츠버그를 응원하는 문구(LETS GO BUCS·맨 위 사진·bucs는 피츠버그 파이어리츠 팀의 애칭)가 걸려있었죠. 근데 얼마 후 이 문구가 조금 바뀌었습니다.
맨 마지막 ‘BUCS’에서 B와 C의 순서만 바꿔 순식간에 시카고 컵스를 응원하는 내용(LETS GO CUBS·가운데 사진)으로 바뀌었습니다. 피츠버그를 방문한 시카고 컵스 팬들이 상가 유리창을 바꿔 끼워 컵스를 응원하는 문구로 만든 것이죠.
피츠버그의 홈팬들이 그걸 보고 가만히 있을 리 없죠. 피츠버그 팬들은 2개의 스펠링을 더 넣었습니다. ‘GO’ 뒤에 ‘AT’를 붙여놓아 ‘LETS GOAT CUBS(맨 아래 사진)’라고 만들었습니다.
야구팬들에게 익히 알려진 소위 ‘염소의 저주’를 연상시키는 문구로 만들어버린 겁니다. 염소의 저주란 그야말로 시카고 컵스에겐 악몽과도 같은 징크스입니다.
1945년 시카고 컵스 홈구장 리글리필드에서 디트로이트와의 월드시리즈 4차전이 열렸는데 염소를 데리고 입장하려던 샘 지아니스라는 관중이 입장을 거부당하자 “다시는 이곳에서 월드시리즈가 열리지 않으리라”고 저주를 퍼붓고 떠났습니다. 당시 월드시리즈에서 결국 3승4패로 지며 우승을 놓친 컵스는 실제로 1945년 이후 단 한 번도 월드시리즈에 진출하지 못했습니다.
지난 2003년에 ‘염소의 저주’를 풀 수 있는 기회가 있었습니다. 시카고 컵스는 당시 플로리다 말린스와의 내셔널리그 챔피언십시리즈에서 3승(1패)을 먼저 거두며 월드시리즈 진출에 단 1승만을 남겼다가 내리 3연패하며 월드시리즈 진출에 실패했습니다. 언론과 팬들 모두 당연히 ‘염소의 저주’를 떠올릴 수밖에 없었죠.
‘LETS GOAT CUBS’란 문구에는 이처럼 컵스의 탈락을 기원하는 의미가 내포돼 있습니다. ‘너희들이 우리를 이겨도 챔피언십시리즈에서 결국 져서 월드시리즈까지는 못 갈 것이다’라는 것이지요.
시카고 컵스는 ‘염소의 저주’ 탓에 가장 오랫동안 우승을 하지 못하고 있는 팀으로도 유명합니다. 컵스가 마지막으로 월드시리즈에서 우승을 한 것은 1908년입니다. 컵스는 무려 107년 동안 월드시리즈 우승을 하지 못하고 있는 메이저리그 팀입니다.
정승훈 기자 shjung@kmib.co.kr
치열했던 피츠버그의 하루..."'염소의 저주'를 떠올려라"
입력 2015-10-08 17:13 수정 2015-10-08 17: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