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말 고성 난무 교문위 국감 2시간 만에 정회되는 등 파행

입력 2015-10-08 17:02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의 8일 교육부 국정감사는 중·고교 역사교과서 국정화 문제로 시작부터 뜨겁게 달아올랐다. 황우여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의 보고가 시작되기도 전에, 여야 공방은 이미 위험 수위를 넘어섰다. 반말과 고성이 난무했고, 파행을 거듭했다.

◇野 “아버지는 군사쿠데타, 딸은 역사쿠데타”=새정치민주연합 의원들은 일제히 정부의 역사교과서 국정화 방침을 강력 비판했다. 유은혜 의원은 “박 대통령은 정치를 시작하면서 가장 큰 목표가 ‘아버지의 명예를 회복하는 일’이라고 반복적으로 강조해왔다”며 “그 결과 역사교과서를 국정교과서로 만드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같은 당 배재정 의원은 한 신문의 ‘아버지는 군사쿠데타, 딸은 역사쿠데타’라는 기사를 소개하며 “정작 국회는 아무것도 못하고 있다. 이런 국감이 어디 있느냐”고 울분을 토했다. 바통을 이어받은 설훈 의원 역시 “히틀러의 나치가, 일본 제국주의가, 북한이, 유신독재가 국정교과서를 했고 민주화가 되면서 검인정 체제로 바꿨다”며 “대통령이 대단히 잘못하고 있는데 이럴 때 잘못하고 있다고 얘기를 해야 한다”고 했다. 유인태 의원은 “대통령이 친일과 유신을 미화하는 국정 교과서를 만들면 국민통합이 되겠느냐. 이 정부가 하는 짓이 아베(신조 일본)정권을 따라가는 것”이라고 했다.

새누리당 의원들도 듣고만 있지 않았다. 윤재옥 의원은 “대통령이 아버지의 명예 회복을 위해 국정화를 결정한 것처럼 오해할 소지가 있다”고 즉각 방어막을 쳤다. 당내 역사교과서 개선 특위 간사를 맡고 있는 강은희 의원은 “현 교과서엔 1946년 북한이 무상분배 방식으로 토지개혁을 실시했다는 내용만 있을 뿐 토지 성격에 대한 서술은 생략돼 있다”며 구체적인 사례를 들어 반박했다. 교문위원장인 무소속 박주선 의원은 수차례 “의사진행발언 하다가 날 새게 생겼다” “여야 균형을 맞춰 달라”고 당부했지만 소용이 없었다.

이날 국감에선 교육부가 ‘고교 한국사 분석자료’를 만들어 여당 의원들에게만 제공했다는 국민일보 기사<10월 7일자 1·3면>도 쟁점으로 떠올랐다. 새정치연합 윤관석 의원은 “정부의 국정화 명분이 집약돼있다는 이 자료를 저는 받지 못했다”며 황 부총리를 상대로 그 경위를 집중 추궁했다. 교육부 관계자는 “여당에서 일부 요청한 의원들에게 전달했다”고 인정했다. 야당은 “정부가 국정화 필요성을 강조한 ‘여당 맞춤형’ 자료를 만들어 제공했다는 것”이라고 반발했다. 오후에 다시 열린 회의에 야당 의원들은 ‘친일독재 교과서 즉각 중단하라’ ‘박근혜정부 역사교육 규탄’ 등이 쓰인 팻말을 들고 나왔다.

◇黃 “대통령 지침은 균형 잡힌 교과서”=황 부총리는 역사교과서의 국정화가 확정된 것인지에 대해 “국감이 끝나면 조속한 시일 내에 구분고시를 할 것”이라는 말만 반복했다. 그는 “교육부가 구분고시한 뒤 절차를 거쳐 확정하는데 사전에 장관이 여러 얘기를 하면 절차적 문제가 생긴다”고 언급을 피했다. 황 부총리는 박 대통령이 국정화를 결정했다는 보도에 대해선 “대통령이 교육부에 내린 큰 지침은 ‘균형 잡힌 올바른 교과서를 만들라’는 것”이라며 “국론을 통합하고 어떻게 올바른 교과서를 만들어 자라나는 미래에 제대로 된 교과서 만들까 고민하고 있다”고 했다.

권지혜 기자 jh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