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든 일곱 김우종 할아버지의 꿈

입력 2015-10-08 17:04
“드디어 막내 동생을 볼 수 있다니 정말 너무 좋습니다.”

오는 20일 금강산에서 열리는 제20차 이산가족 상봉 대상자로 선정된 김우종(87) 할아버지의 얼굴에선 웃음이 사라지지 않았다. 5남매 중 둘째인 김 할아버지는 22살이던 1950년 6·25 전쟁 당시 형과 함께 한강을 수영으로 건너다 유엔군 부교(浮橋)에 올라타 가까스로 목숨을 건졌다. 이 과정에서 형과 헤어지고 가족들도 산산이 흩어졌다.

김 할아버지는 가족들이 북한 어딘가 살아있을 것이란 희망의 끈을 놓지 않았다. 다행히 이번 이산가족 생사 확인 과정에서 막내 동생 김정희(81)씨와 조카 김홍실(79)씨, 최은숙(40)씨가 북한에 살아있다는 사실이 극적으로 확인됐다. 다만 안타깝게도 형 김학종(90)씨의 생사는 확인되지 않았고, 동생 김필종씨도 1994년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고향은 강원도 이천군 낙양면 지석리다. 전후 남한에서 전투경찰 등으로 근무했으며 현재는 혼자 살고 있다. 왼손 등 거동이 다소 불편한 상태다.

김 할아버지는 8일 “지금은 나이도 들고 몸도 성하지 않지만 자녀, 며느리 도움을 받아 행사에 참여할 예정”이라며 “형은 찾지 못했지만 막내 동생을 찾았으니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고 말했다.

대한적십자사는 북한 조선적십자회와 이날 오후 1시쯤 판문점에서 이산가족 최종상봉자 명단을 교환했다. 우리측 이산가족 명단은 90명, 북측은 97명이다. 20~22일에는 북측 방문단이 재남 가족을, 24~26일에는 우리측 방문단이 재북 가족을 만난다.

남측 최고령자는 구상연(98)·이석주(98) 할아버지다. 구 할아버지는 북측에 있는 딸을, 이 할아버지는 아들과 손자를 만날 예정이다. 전체 90명 중 80대가 46명으로 가장 많았고 90세 이상(34명), 70대(10명) 등 순이다. 가족 관계별로는 형제·자매(37명), 3촌 이상(37명), 부자(14명), 부부·조손 각 1명씩이다.

북측 방문단 최고령자는 리흥종(88)·정규현(88)·채훈식(88) 할아버지로 각각 남측의 딸, 형수, 부인과 아들을 만난다. 80대가 96명, 70대가 1명이다. 형제·자매(80명), 3촌 이상(12명), 부자(3명), 부부(2명) 등을 만날 예정이다.

상봉단이 최종 확정되면서 실무 준비도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다. 14일까지 금강산 내 상봉 시설에 대한 점검이 끝나면 15일 통일부와 한적, 현대아산 등 우리 측 선발대가 금강산에 들어가 북측과 마지막 세부 협의를 하게 된다. 양측 가족들은 상봉 하루 전인 19일 국내 집결지에 도착해 방북 안내교육과 건강 검진 등을 받게 된다.

당초 오는 10일 북한의 무력 도발 가능성으로 이산가족 상봉 행사에 차질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았지만 남북간 협의는 예정대로 순조롭게 모두 마무리됐다. 하지만 2013년 행사 직전 북한이 취소한 전례도 있어 마지막 고비는 남아있는 상태다.

강준구 기자 eye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