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공산당의 사정·감찰 총괄 기구인 중앙기율검사위원회는 7일 밤 11시30분 “쑤수린 푸젠성 성장 겸 당위원회 부서기가 엄중한 기율위반 혐의로 조사를 받고 있다”고 밝혔다. 30자 분량으로 구체적인 혐의 내용은 없었다. 통상 ‘엄중한 기율위반’은 바로 부패와 비리 혐의를 의미한다. 시진핑 국가주석 체제가 들어선 제18차 공산당 전국대표대회(18대·2012년 말) 이후 첫 현직 성장의 낙마다. 중국 언론들은 ‘심야의 호랑이 사냥’으로 명명했다.
1962년생으로 올해 53세인 쑤 성장은 2011년 40대 때 푸젠성장으로 발탁되고, 18대 이후 중공 중앙위원으로 진출하는 등 시 주석 이후의 차세대 지도자 후보군에 속해왔다. 지난해 중국 포털 텅쉰은 쑤 성장을 후춘화 광둥성 서기, 쑨정차이 충칭시 서기, 저우창 최고인민법원 원장과 함께 중국의 미래를 책임질 ‘류링허우(60後: 60년대생)’ 9인에 포함시키기도 했다.
하지만 시 주석의 가차 없는 반부패 사정 정국 속에서 저우융캉 전 상무위원의 ‘석유방(石油幇)’에 속해있다는 족쇄를 끊지 못하며 전격 낙마했다. 쑤 성장은 헤이룽장성 다칭시의 다칭석유학원을 졸업한 뒤 중국석유천연가스집단(중국석유·CNPC) 산하 다칭석유에서 말단 견습공으로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1999년 다칭석유 관리국장으로 승진한 뒤 2000년대 초중반 모기업인 중국석유 부총경리(부사장)와 다칭유전 사장을 지냈다. 2007년 랴오닝성 당위원회 상무위원 조직부장 등을 거친 뒤 중국석유와 함께 중국 양대 석유기업인 중국석유화학공업그룹(시노펙·SINOPEC)의 총경리 자리까지 올랐다.
호랑이띠인 쑤 성장은 동갑인 랴오융위안 전 중국석유 총경리와 함께 석유업계에서는 ‘동서 양대 호랑이’로 불려왔다. 헤이룽장성 등에서 활동했던 쑤 성장은 ‘동북호랑이’였고, 신장지역 유전 지대를 주무대로 했던 랴오 전 총경리는 ‘서북 호랑이’였다. 랴오 전 총경리는 이미 지난 3월 비리로 낙마했다. 이밖에 낙마한 석유방으로는 장제민 전 국유자산감독관리위원회 주임, 왕잉춘 중국석유 부총경리, 왕톈푸 시노펙 총경리 등이 있다.
중국 언론들은 쑤 성장 낙마 10여일 전인 지난달 24~26일 왕치산 기율위 서기가 푸젠성을 시찰하며 ‘엄격한 당관리' 원칙을 전면 추진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한 것을 주목했다. 당시 복건일보에 보도된 시찰 사진 속에는 쑤 성장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쑤 성장은 지난달 28~29일 21호 태풍 두쥐안 피해 예방 시찰과 30일 푸저우시에서 열린 혁명열사 제례의식 참석을 마지막으로 공개 활동이 없었다. 아이러니하게도 쑤 성장이 지난 8월 저우융캉 부패 사건 등을 언급하며 “가풍을 정돈하는 것은 중앙 지도부 간부들이 반드시 수양해야 할 필수과목”이라고 주장한 인민일보 기고문도 새삼 화제가 되고 있다.
중국에서는 당초 반부패 사정이 주춤할 것이라는 전망과 달리 올 들어서도 지난 7월 저우번순 허베이성 당서기가 현직 당서기로는 처음으로 낙마하는 등 현직 고위인사들의 낙마가 잇따르고 있다.
베이징=맹경환 특파원 khmaeng@kmib.co.kr
심야의 호랑이 사냥에 전격 낙마한 중국의 차세대 지도자
입력 2015-10-08 15:5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