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이 쪄야 좋은 질환 ‘기흉’

입력 2015-10-08 11:58

날씨가 선선해지면서 먹거리가 풍부해지고 모든 생명이 살이 찐다는 천고마비의 계절이 성큼 다가왔다. 일반적으로 살이 많이 찌면 각종 성인병을 유발하고 건강에 좋지 못한 영향을 끼친다고 한다. 하지만 기흉은 그 반대다. 오히려 기흉 환자는 살이 붙을수록 병증을 예방하고 좋은 치료법이 될 수 있다.

기흉이란 폐조직에 구멍이 나는 질환으로, 이를 통해 공기가 새어나가 마치 바람 빠진 풍선처럼 공기를 흡입해도 제대로 받아들일 수가 없게 된다. 그 결과 흉곽의 통증과 답답함, 숨쉬기가 힘들어지는 호흡곤란이 나타난다.

기흉이 발생하는 상당수 사람들의 공통점은 대체로 마른 체형의 소유자라는 점이다. 이는 호흡기의 점액 및 윤활액과 깊은 관련이 있다. 풍채가 좋은 사람일수록 몸에 기름기가 많고 윤활유가 충분한 반면, 마른 사람은 피부가 건조하고 푸석푸석한 느낌이 든다. 이는 우리 신체 속 오장육부에서도 마찬가지다. 폐는 풍선 같은 조직으로 이뤄져 있는데, 폐가 건조해질수록 윤활액이 부족해지면서 작은 마찰과 충격에도 쉽게 자극을 받으며 고유의 탄성이 약해져 쉽게 구멍이 나고 터지는 것이다.

기흉의 가장 무서운 점은 재발률이 높다는 것이다. 체형이나 체질은 쉽게 변하지 않는 만큼 기흉이 발병했던 마른 체형의 점액이 부족한 사람에게서 재발률이 더 높다. 호흡기 전문 경희숨편한한의원이 내원 환자를 분석한 결과 기흉 환자 중 60% 이상이 저체중에 속했다. 또 과거 건강했던 사람도 무리한 다이어트로, 혹은 암이나 기타 질환으로 급격히 체중이 감소한 경우 기흉이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따라서 건조해진 폐와 체질 자체를 개선하지 않으면 이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낼 수 없다. 기흉의 치료와 예방의 핵심은 점액과 윤활액의 보충으로, 이는 체내의 지방성분이 충분할수록 지질 성분의 점액, 윤활액 생성이 수월해져 기흉 예방에 긍정적인 효과를 미치기 때문이다. 지방성분 또한 체내의 장기를 둘러싸고 충격흡수를 돕는 만큼 기흉의 발생을 막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

오원택 경희숨편한한의원 원장은 “과유불급 이라는 말이 있다. 뭐든지 적당한 것이 좋다는 뜻이다. 웰빙 열풍이 불면서 건강은 지키되 미용을 위해 살을 빼고자 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며 “과다체중은 각종 성인병 등 건강에 위협을 줄 수 있지만, 동시에 급격한 체중감소나 과도한 저체중 또한 기흉 외의 각종 호흡기 질환을 유발할 수 있다. 적당한 관리를 통해 건강한 호흡기 생활을 지켜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박주호 기자 epi021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