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빈 노동당수, 영국 여왕 앞에 무릎 굽히고 충성 선서 안 한다

입력 2015-10-08 14:26
왕실에 반대하는 공화주의자인 제러미 코빈 영국 노동당 신임 당수가 영국 여왕 앞에서 무릎을 굽히고 충성 선서하는 것을 거부했다.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에 따르면 코빈은 선약이 있다는 이유로 8일(현지시간) 열릴 추밀원 위원 취임식에 참석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추밀원은 영국 여왕에게 정치적 자문을 하는 고위 정치인의 전통적 모임이다.

코빈 당수는 추밀원 취임 절차에서 충성 선서를 할 때 여왕에게 무릎을 굽히고 여왕의 손에 키스하는 행동에 큰 거부감을 드러낸 바 있다.

여왕 앞에서 이뤄지는 선서는 추밀원 위원으로 취임하기 위한 전통적인 절차이지만 코빈은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을 만나서 선서하는 대신 추밀원 위원으로 취임할 수 있는 법적 맹점을 이용할 것이라고 텔레그래프는 분석했다.

코빈은 추밀원령(Order in Council)에 따라 여왕 앞에서 선서하지 않고 추밀원에 가입할 수 있다. 추밀원령은 보통 국외에 있는 정치인이나 영연방 국가의 총리에게 적용되는 법령이다.

실제로 그가 이날 추밀원 취임식에 참석하지 않는다면 여왕 앞에서 선서를 거부하는 첫 번째 야당 당수가 된다.

한 추밀원 위원은 “이것은 매우 모욕적이고 어른으로서 할 행동이 아니다”며 “여왕을 무시한 행위에 경악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선서는 코빈의 무릎을 굽히려는 것이 아니다”며 “이러한 거부는 코빈이 아직 자신이 신뢰받을 수 있는 지도자의 위치에 오를 준비가 안 됐음을 보여준다”고 덧붙였다.

코빈 당수의 한 측근은 “코빈 당수가 추밀원 행사에 참석하지 못하는 것에 사과했고 여왕을 무시하거나 모욕하려는 것이 아니다”고 해명했다.

코빈 당수는 지난달 15일 영국 런던 세인트폴 성당에서 열린 2차 세계대전 기념행사에서 영국 국가 제창을 거부해 논란이 일기도 했다.

정건희 기자 moderat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