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의 세계화…문자 없는 부족 위한 ‘한글표기법’ 개발

입력 2015-10-08 06:56
사진=국민일보 DB

말은 있지만 문자가 없는 남아메리카 토착부족 ‘아이마라 부족'을 위한 아이마라어 한글표기법이 3년여의 연구 끝에 완성돼 실생활에 활용할 전망이다.

연합뉴스는 서울대 권재일 언어학과 교수가 이끄는 연구단은 한국연구재단의 지원으로 2012년 아이마라어 조사·연구 및 한글표기법 개발을 시작해 3년여만인 지난 8월 해당 언어에 맞는 한글 자·모음을 모두 완성했다고 8일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이 연구단은 또 부족이 실생활에서 한글표기법을 활용할 수 있도록 컴퓨터·모바일 기기용 한글입력기를 개발하는 후속 연구에도 착수했다.

약 300만 명으로 추정되는 아이마라족은 볼리비아, 페루, 칠레 등지에 살고 있다. 특히 볼리비아에서는 케추아족 다음으로 많은 부족이며 현재 볼리비아 대통령이 이 부족 출신이다.

이들 부족 고유어인 아이마라어는 말은 있지만 문자가 없어 스페인어를 빌려 표기한다. 하지만 연구단은 아이마라어의 어순이나 문법 등 언어 구조가 우리말과 상당히 비슷해 한글표기법을 적용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했다.

연구단은 지난 2월 볼리비아 산안드레스국립대에서 학술회의를 열고 한글표기법을 발표해 좋은 반응을 얻었다. 다만 한글표기법의 무리한 보급은 현지인의 거부감을 살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홍보 활동은 자제하기로 했다. 대신 연구단은 지난 9월부터 인터넷이나 모바일 기기를 위한 아이마라어 한글입력기를 만드는 신규 연구에 들어갔다.

이를테면 스마트폰에 한글표기법을 이용해 아이마라어를 쓸 수 있는 기능을 넣어 기존의 스페인어 입력기와 한글입력기 중 선택하도록 하는 방식이다.

미래창조과학부의 지원으로 새롭게 진행되는 이 프로젝트는 정보통신(IT)·컴퓨터 언어 전문가들과 함께 아이마라어뿐 아니라 중국어, 찌아찌아어 등 5개 언어의 한글입력기를 공동 개발한다.

권 교수는 “아이마라어의 한글표기법 개발은 한글과 한국 문화의 세계화에 기여하고 언어를 매개로 한 동질 문화권을 형성해 신규시장을 창출하는 효과도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천금주 기자 juju79@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