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태는 왓챠를 만든 프로그램스 박태훈 대표가 지난 6일 페이스북에 ‘부적절한 여성폄하 단어 사용에 대하 사과드립니다’라는 글을 올리면서 시작됐습니다.
박태훈 대표는 “왓챠 앱 퀴즈를 제작하다 여성폄하 의도가 담긴 단어(아몰랑)를 일반 유행어로 인식하고 문제 답변 보기에 포함시키는 잘못을 했다”면서 “팀 구성원 모두 심각성을 인지하고 반성하고 있으며 단어를 즉각 수정했다. 불편했을 여러분께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적었습니다.
네티즌들의 의견이 엇갈리고 있습니다.
일부 네티즌들은 아몰랑은 여성폄하 단어가 아니라 인터넷에서 무책임한 행동을 하는 네티즌을 비판할 때 주로 쓰이는 것이라며 사과 자체를 비판하고 있습니다.
“아몰랑이 언제부터... 이게 사과할 일인가?”
“아몰랑은 여성에게만 쓰는 게 아니다. 사회 전체적으로 논리를 배제한 일처리나 대화를 풍자하는 단어로 확장되었다. 초반엔 잠시 여혐 용어로 오해받은 적은 있지만 앞으로는 그렇게 여겨져서도 안 될 것이고, 혹여나 그렇게 쓰여서도 안 될 것이다.(나무위키 인용)”
“나는 왓챠 대표의 이러한 행보를 이해할 수가 없다. 정말로 그가 아몰랑이 여성폄하 단어라고 생각하여 거기에 대해서 죄책감을 느끼고 이런 사과를 한다고 생각하기가 어렵다. 댓글들의 반응을 보라.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 단어가 불쾌하지도 않았고 심지어 퀴즈에 있었는지도 몰랐다는 반응이다. 아몰랑이라는 단어는 뉴스에서도 단순한 무책임을 꼬집는 단어로 소개된 바도 있다.”
“실망이네요. 왓챠 같은 영화평가서비스에는 무엇보다도 객관적으로 대상을 파악하고 이를 구체적으로 분류하는 통찰력이 필요할 텐데, 대체 아몰랑의 어느 부분에 여성폄하적 사고가 들어있다는 것인지요? 이런 식으로 기본적인 가치관 없이 행동하는 영화 평가 서비스에 사용자가 어떻게 객관적이고 효과적인 영화 추천을 기대할 수 있나요?”
이런 식입니다. 반면 아몰랑은 여성폄하 단어이니 사과가 적절했다는 옹호 의견도 있습니다.
“짚고 넘어가는 점 좋네요. 다른 매체에서 너무 자연스럽게 숨쉬듯 넘어가는 게 정상이 되어가는 점이 참 답답합니다.”
“아몰랑이 여성혐오 단어인지 모르셨다는 분들은 할 말이 없네요. 모르셨으면 이제라도 알고 기피하셔야 하는 거 아닙니까? 몰랐으니까 괜찮은 겁니까? 사과할 일이냐고요? 물론 사과해야지요. 당신이 웃으면서 넘어갈 수 있는 건 (많이 봐줘야) 여성혐오에 대한 이해가 없는 것이고, 냉정하게 말하면 당신이 여성 혐오하는 거 아닙니까? 부끄러운 줄 아십시오.”
이런 식입니다.
아몰랑은 지난 5월 인터넷 커뮤니티 ‘여성시대(이하 여시)’가 다른 커뮤니티 네티즌들로부터 집중 공격을 받으면서 쓰이기 시작했습니다.
일부 네티즌들은 여시 회원들이 장동민 무한도전 후보 낙마나 레바 웹툰 사건 등을 거치면서 여성을 혐오하는 마초 세력에 대한 비난 여론을 주도하면서도, 정작 일부 여시 회원들이 은밀하게 음란 정보를 공유했다고 비판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여시 회원들이 책임 회피를 위해 아몰랑이라는 표현을 사용했다는 것입니다.
아몰랑은 사실 올 상반기 우리 사회를 관통하는 최고 유행어였습니다.
본보는 지난 5월 여시사태를 집중 보도하면서 아몰랑 유행의 단초를 제공했습니다. 무엇보다 지난 6월2일에는 ‘“아몰랑, 미국 갈거야” 메르스인데 박근혜 또 유체이탈화법’ 기사는 아몰랑 유행의 정점을 찍었죠. 사상초유의 메르스 사태를 겪으면서 정치권에서 책임 있게 대처해주길 바라는 네티즌들의 염원을 잘 담았다는 칭찬과 여성비하라는 의견도 엇갈렸던 것도 사실입니다.
아몰랑이 여성폄하 단어인지 아닌지는 섣불리 판단하긴 어렵습니다.
다만 남녀 구분 없이 무책임한 어떤 대상을 비판하는데 아몰랑을 썼다면 여성비하 의도가 있다고 보기 어렵겠습니다. 실제로 아베 일본 총리가 위안부 등을 인정하지 않는 행보를 벌이는 것을 두고 ‘아베, 위안부 아몰랑’이라고 쓰기도 했거든요.
하지만 이 단어를 쓰는 사람이 여성을 특정해 악의적으로 사용한다면 여성폄하라고 볼 수 있겠죠.
김상기 기자 kitti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