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한 중인 토니 블링큰 미국 국무부 부장관은 7일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타결과 관련, 한국의 가입 문제에 대해 "한국이 원하면 협의할 용의가 있다"고 밝혔다.
블링큰 부장관은 이날 서울 종로구 아산정책연구원에서의 강연을 통해 "더 많은 참가국이 있기를 기대한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블링큰 부장관은 이어 "TPP는 중국을 봉쇄하기 위한 것이 아니다"면서 "중국이 관심이 있고, 기준을 충족할 수 있다면 환영한다"고 말했다.
그는 "중국의 성공과 부상을 환영한다"면서 "중국 경제와 관련해 너무나 많은 것이 연계돼 있고, 따라서 중국의 번영과 성장이 한국과 미국에 도움이 된다"고 강조했다.
북한의 장거리 로켓 발사 등 전략적 도발 가능성에 대해서는 유엔 안보리 결의 위반이고 도발시 중대조치가 취해질 것이라고 거듭 경고하면서 "북한이 다른 길을 선택한다면 더 나은 미래가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주려 한다"고 말했다.
북한이 노동당 창건 70주년을 앞두고 이날 외무성 대변인 담화를 통해 미국에 평화협정 체결을 제의한 것과 관련해서도 "가장 핵심적 현안은 북한의 미사일과 핵 프로그램"이라면서 "북한이 먼저 진지한 자세를 보여야 한다"면서 이란 핵협상 타결을 북한이 유념할 것을 촉구했다.
그는 "북한과 대화할 용의가 있다"면서도 "북한이 비핵화 논의에 대한 준비가 돼 있지 않으면 협상 환경 분위기가 조성되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블링큰 부장관은 북한 문제는 "굉장히 순위가 높은 어젠다이며, 박근혜 대통령의 미국 방문 시에도 수위를 차지할 것"이라면서 "어떤 레벨에서 최근 성과가 있었고, 북한이 (대량살상무기) 기술을 획득하고, 그것을 이용해 돈을 버는 게 점점 어려워졌다"고 평가했다.
그는 북핵 등의 해결에서 중국의 역할에 대해 "중국은 엄청난 영향력을 갖고 있다"면서 "내일 베이징에 가는데 저희가 논의할 내용의 핵심"이라고 밝혀, 중국의 대북 지렛대 역할 강화를 주문할 뜻임을 시사했다.
그는 "북한이 도발을 계속하고 비핵화 약속을 지키지 않으면 미국과 파트너들이 계속 조치를 취해 스스로를 보호하고 추가적 방어적 조치를 취하게 될 것"이라고 밝혀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THAAD) 배치를 염두에 둔 발언이 아니냐는 관측을 불러일으켰다.
다만, 그는 사드에 대해 "어떤 결정도 내려지지 않았고, 어떤 결정이 내려지더라도 한국과 완전한 협의를 통해 이뤄질 것"이라면서 "사드는 공격체계가 아니라 방어체계이고, 중국을 겨냥한 것이 아니라 북한의 위협에 따른 것"이라고 강조했다.
블링큰 부장관은 한일간 핵심 갈등 사안인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대해 "끔찍한 인권유린"이라면서 "(한일이) 대화를 통해 상호 동의할 수 있는 영구적 해결책이 나오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는 계속해서 필요한 경우 도와주려 하고 있지만 사실 양국(한일)이 직접 대화해야 할 문제라 생각한다"고 언급했다.
그는 한미일 관계에 대해 "3자 협력이 이 지역의 안보를 향상시킬 수 있다"면서 일본에 대해서도 "지역적, 국제적으로 더 많은 책임을 맡으려는 것을 환영한다. 미일 방위지침 개정으로 수색구조작업에 이르기까지 우리 군이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게 됐다"고 평가했다.
한중일 관계에 대해서도 "건설적 관계는 우리 모두의 이해에 부합한다"면서 "3국 지도자들이 몇 주 안에 만나기로 한 것을 환영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중국에 대한 경계감도 감추지 않았다.
블링큰 부장관은 "중국의 부상을 환영한다. 문제는 어떻게 부상하느냐 하는 것"이라면서 "70년여년간 우리는 국제 제도와 원칙의 시스템 만들었는데 이런 기준이 훼손 안 되고 업데이트 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공동의 이익"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일부 핵심분야에서 중국은 다른 국가와 마찰을 일으키고 있다"면서 "중국의 행동을 솔직하게 다뤄야 하고, 중국의 인권과 해상안보, 사이버공간에 대한 접근방식이 그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최근 미중 정상회담에서 언급한 사이버절도(해킹), 남중국해 문제 등과 관련해서도 "행동이 뒤따라야 한다"고 지적했다.
전날 방한한 블링큰 부장관은 8일 오전 베이징으로 향할 예정이다.
김영석 기자 yskim@kmib.co.kr
“사드, 어떤 결정도 내려지지 않았다” 美블링큰 “TPP, 韓 원하면 환영”
입력 2015-10-07 19: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