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잠에서 깨어나라”… 박병호, 여전히 공포의 대상

입력 2015-10-07 17:50

넥센 히어로즈는 화끈한 방망이로 올 시즌 포스트시즌에서 사상 첫 정상 등극을 노린다. 그 중심에 ‘홈런왕’ 박병호가 있다. 염경엽 감독을 비롯해 많은 야구 관계자들이 박병호를 넥센의 ‘키플레이어’로 지목하고 있다. 박병호에게 “가을 잠에서 깨어나라”는 특명이 내려졌다.

박병호는 명실상부한 한국 프로야구 최고의 타자다. 올 시즌 정규리그에서도 홈런 53개를 치며 사상 첫 4년 연속 홈런왕을 차지했다. 2년 연속 50홈런이라는 최초 기록도 그가 작성했다. 안타는 181개로 3위, 타율은 0.343으로 5위에 올랐다.

올 시즌에도 팀이 그에게 거는 기대는 크다. 염 감독은 “6일 박병호와 이택근, 김민성, 유한준, 윤석민 등이 잘해주면 이길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며 “특히 박병호와 이택근이 미쳐주면 충분히 승산이 있을 것 같다”고 희망했다.

하지만 박병호는 가을에 좀 약했다. 올해로 세 번째로 맞는 포스트시즌 통산 성적이 15경기 56타수 12안타(타율 0.214), 3홈런이다. 기대에 못 미쳤다. 이 때문에 넥센은 2013년 3위로 준플레이오프에 진출했지만 4위 두산 베어스에 2승 3패로 무릎을 꿇었다. 당시 준플레이오프는 ‘박병호 시리즈’라는 이름이 붙었다. 박병호가 활약했을 때 팀은 이겼고, 방망이가 침묵했을 땐 어김없이 졌다. 지난해에는 한국시리즈까지 진출했지만 삼성 라이온즈에 우승컵을 넘겨줬다.

박병호는 포스트시즌이라는 큰 경기에서 심리적인 면에서 쫓겼다. 그래서 제대로 된 스윙을 하지 못했다. 본인도 잘 알고 있다. 박병호는 “스스로 흔들려서 무너진 것이 많았다”며 “마인드 컨트롤을 잘 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박병호는 또 올 시즌을 끝내고 미국 메이저리그 진출을 준비하고 있다. 주변에서 집중력이 떨어지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이에 박병호는 잠시 빅리그 진출에 대해선 생각을 하지 않기로 했다. 그는 “메이저리그 진출은 나중에 생각할 부분”이라며 “지난 2년간의 포스트시즌 경험을 통해 많이 부족했다는 것을 느꼈고, 그 부분을 해결하기 위해 더 경기에 집중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래도 포스트시즌에서 넥센을 만나는 구단들은 박병호가 두렵다. 전매특허인 홈런포가 언제 터질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특히 단기전에선 홈런 한 방이 경기 향방을 뒤집을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무기가 된다. 실제 박병호는 2013년 준플레이오프 5차전에서 0-3으로 끌려가던 9회말 두산 에이스 더스틴 니퍼트를 상대로 극적인 스리런포로 승부를 원점으로 돌려놓은 바 있다.

다른 팀 사령탑들도 박병호를 크게 경계하고 있다. 와일드카드 결정전에서 넥센과 상대한 SK 와이번스 김용희 감독은 “대한민국에서 가장 뛰어난 타자 박병호를 상대할 때는 보내야 할 때도 정면승부를 해야 할 때도 있다”며 “박병호는 정말 피하고 싶은 타자”라고 했다.

모규엽 기자 hirt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