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좋은 성적을 낼 수 있었는데…” 2015 경북 문경 세계군인체육대회 오리엔티어링 종목에 한국 대표로 출전한 김원기(25) 중사의 목소리에서 진한 아쉬움이 배어 나왔다. 30분대, 30위권 진입을 목표로 했지만 세계의 벽은 높았다. 설상가상으로 경기 도중 입은 부상이 발목을 잡았다.
7일 영주 동양대에서 열린 오리엔티어링 중거리 남자 부문에서 김 중사는 1시간3분32초로 112위에 머물렀다. 군사종목인 오리엔티어링은 지도와 나침반을 이용해 지상에 설치된 여러 곳의 포스트(이날 경기는 18개 포스트)를 최단 시간 순서대로 찍고 돌아오는 경기다. 한국은 이번 대회를 맞아 처음으로 선수단을 꾸렸다.
김 중사는 3번 포스트에서 4번 포스트로 이동하는 도중 발목을 접질려 순위권에서 밀려났다. 그는 “목표 지점을 향해 최단거리로 스스로 길을 만들어 가야 한다. 생각보다 거친 산세에 발목을 다쳐 이동에 힘이 부쳤다”고 설명했다. 그래도 포기는 없었다. 다음 날 장거리 경기를 위해 중도 포기할까 생각도 했지만 김 중사는 완주를 택했다. 한국에서 치러지는 첫 세계대회에 실격이나 기권으로 기록되긴 싫었다고 했다.
개인적인 기록 면에서 많이 아쉽지만 얻은 것도 많다. 세계 선수들을 가까이서 보면서 지도를 더 잘 보는 노하우 등을 배웠다. 그는 “확실히 북유럽 선수들은 지도를 보는 노하우가 뛰어났다. 어렸을 때부터 오리엔티어링을 접해 20년 넘는 경력을 가진 선수들이 나오기도 했다”고 전했다.
이날 한국이 거둔 최고 성적은 송병석(27) 중사가 기록한 50위(43분43초)였다. 1위와는 10분21초 차이였다. 김 중사는 “다른 팀원들은 그래도 목표에 근접했다”며 “첫 출전에 이뤄낸 결과치곤 긍정적으로 본다”고 소감을 전했다.
한편 한국 사이클 대표팀은 도로 경주 개인·단체전 금메달을 싹쓸이했다. 프랑스, 독일 등 전통적으로 강세를 보인 유럽을 제치고 만들어낸 이변이었다. 문경에서 개최된 남자 도로 경주 개인전에 출전한 박경호(22) 일병은 131㎞를 2시간51분28초 만에 달려 맨 먼저 결승선을 통과했다. 박 일병보다 1초 늦은 박건우(24) 일병은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한국은 개인전에 나선 선수 중 가장 좋은 성적을 거둔 4명의 기록을 합산해 순위를 매긴 단체전(박경호 박건우 최승우 강석호)에서도 11시간25분58초로 1위에 올랐다. 여자축구 대표팀은 강호 브라질에 0대 1로 패하며 결승 진출이 좌절됐다.
황인호 기자 inhovator@kmib.co.kr
세계군인체육대회 오리엔티어링 처음 출전했지만… 너무 높았던 세계의 벽
입력 2015-10-07 17:5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