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대일 설득전 펼치는 무대, 흔들리는 비박 다잡기...비박 "대표가 국민공천제 확신 못 줘"

입력 2015-10-07 17:56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가 국민공천제의 불씨를 되살리기 위한 의원 설득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당내 우군인 비박(비박근혜)계에서조차 “국민공천을 할 수 있겠느냐”는 회의론이 일자 분위기를 다잡고 나선 것이다.

◇金 “분열하지 않는 공천제도 만드는 게 핵심”=김 대표는 7일 최고위원·중진의원 연석회의 비공개 부분에서 “분열하지 않는 공천제도를 만드는 것이 핵심”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새누리당은 단합하면 무조건 이긴다” “공천 불복 사례를 만들면 안 된다”는 말도 했다. 이 발언은 정병국 의원이 공천 룰을 논의할 당내 특별기구 구성부터 최고위원 사이에 잡음이 이는 것을 두고 “볼썽사납다”고 비판하자, 김 대표가 단합을 강조하는 과정에서 나왔다.

김 대표 측은 물밑에서 의원들을 만나 “전략공천은 없다”는 점을 거듭 강조하고 있다고 한다. 한 의원은 “의원회관에서 우연히 만난 김 대표가 대뜸 ‘우선추천제는 전략공천과는 완전히 다르다. 난 어떤 경우에도 전략공천을 할 생각이 없다’고 얘기를 해 놀랐다”고 했다. 김 대표 측 인사들도 “만에 하나 김 대표가 전략공천을 하겠다고 하면 나부터 나서서 온몸으로 막겠으니 진심을 믿어 달라”며 지원을 요청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김 대표는 한때 ‘순망치한’(脣亡齒寒)의 관계로 불렸던 유승민 전 원내대표에게도 지원을 요청했다는 보도가 나오자 “그런 일 없다”고 부인했다. 유 전 원내대표는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김 대표를 도와주자는 한 인사의 말에 ‘생각해보자’라고 한 게 전부”라고 했다.

친박(친박근혜)은 파상공세는 자제하면서도 은근히 김 대표를 압박하고 있다. 대통령 정무특보인 김재원 의원은 라디오에 나와 “김 대표도 현행 공천제도를 인정하기 때문에 큰 분란의 소지는 사라졌다”며 “특별기구에서 당헌당규를 보완할건지 아니면 그대로 갈건지 당원들 동의를 구하는 절차가 남아 있다”고 했다.

◇흔들리는 ‘무대’에 더 흔들리는 비박=김 대표 측의 설득에도 불구하고 분위기는 그리 우호적이지 않다. 김 대표가 여권 내 공천 전쟁에서 잇따라 후퇴하는 모습을 보여 비박에 믿음을 주지 못했다는 것이다. 지난달 28일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와 만나 안심번호 국민공천제를 잠정 합의한 후 의원총회에서 이를 사실상 철회했고, 전략공천으로도 해석되는 우선추천제를 실시할 수 있다고 하면서 끝까지 뜻을 관철시키지 못했다는 비판을 받았기 때문이다.

한 인사는 “‘유 전 원내대표 사퇴 파문 당시 의원들이 똘똘 뭉쳐 버티라고 하는데도 못 버틴 사람이, 지금은 다른 의원들이 팔짱 끼고 구경만 하고 있는데 어떻게 혼자서 버티겠느냐’는 말이 많이 나온다”고 했다. 그러면서 “공천 문제는 원내대표 거취 문제보다 더 절박한 사안인데, 진짜 문제는 김 대표를 못 믿겠다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한 중진의원은 “권력 의지가 있는 사람은 왔다 갔다 하지 말고 자기 길을 일관되게 가야 한다”며 “김 대표는 권력의지가 없는 것 같다”고 혹평했다.

권지혜 기자 jh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