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건강검진 받으면 뭐하나…“고지혈증 진단 10명 중 9명은 관리 소홀”

입력 2015-10-07 15:13
뇌졸중 전조 증상에 대한 상담 모습. 고지혈증은 뇌졸중 위험을 높인다. 국민일보DB

국가건강검진을 통해 고지혈증을 진단받은 사람 10명 중 1명 정도만이 치료약을 처방받는 등 적극적인 사후 관리를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시 말해 10명 중 9명은 병을 방치하고 있는 셈이다.

고지혈증은 뇌졸중이나 심근경색 등 뇌혈관질환 위험을 높인다. 1995년 도입된 국가건강검진 프로그램이 질병의 조기 발견에 기여했지만 진단 후 관리에는 소홀하다는 지적이다.

서울대병원건강증진센터 조비룡·신동욱 교수팀은 국립암센터 안은미 연구원과 함께 2003~2010년 국가건강검진을 2차례 이상 받은 46만5499명을 분석한 결과, 이 같이 나타났다고 7일 밝혔다.

현재 건강보험 가입자 중 직장인은 1년마다, 가족이나 지역가입자 등은 2년에 한번씩 건강검진을 받고 있다.

46만여명 중 처음 고지혈증 진단을 받은 환자는 11만4085명이다. 이 중 고지혈증 치료에 보편적으로 쓰이는 치료제 ‘스타틴’을 6개월 안에 처방받은 이는 8.6%(9842명)에 불과했다. 다음 건강검진 전까지 추가로 스타틴을 처방받은 환자는 3.6%(4101명)였다. 둘을 합치더라도 10% 조금 넘는다. 검진 후 고지혈증 치료가 제대로 안 이뤄지고 있음을 시사한다.

연구팀이 또 다음 국가건강검진에 참여하지 않았거나 검진 전까지 스타틴을 처방받은 환자를 제외한 5만1853명을 다시 분석한 결과, 2만785명이 또 다시 고지혈증 진단을 받았다. 하지만 이 중 6개월 이내 스타틴을 처방받은 환자는 12.2%(2529명)에 그쳤다. 이들 중 고혈압(14.1%), 당뇨병(12.9%), 흡연(7.5%) 등 고지혈증 고위험군의 스타틴 처방률도 높지 않았다.

미국과 영국에서는 국가 차원의 고지혈증 관리가 이뤄지고 있다. 콜레스테롤 체크, 약물치료, 생활습관 교정 등이 병행되고 있는 것. 특히 영국은 2009년 전국민 대상 고지혈증 포함 검진 프로그램(NHS Health Check)을 시행한 후 고지혈증 환자 치료제 처방률이 14%에서 60.5%로 크게 올랐다.

신 교수는 “영국에서는 NHS 검진에서 질병이 발견된 경우 모두 주치의 형태인 ‘GP’에게 의뢰돼 이들로부터 관리를 받게된다”면서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통지서 한 장으로 끝나기 때문에 적절한 관리가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검진을 받은 이들도 통지서의 검진 내용에 대한 설명을 들을 수 있는 곳이 없어 그냥 방치하는 경우가 많다. 신 교수는 “현재 검사 시행 중심의 검진 체계에서 1차 의료인이 주축이 돼 검진 후 관리로 바뀌어야 한다. 또 6000~7000원밖에 안되는 상담료도 현실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번 연구결과는 대한의학회지 최신호에 발표됐다.

민태원 기자 twm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