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노벨 의학상이 중국 전통 약초 서적을 연구하여 ‘개똥쑥’으로 불리는 풀에서 말라리아 치료제 성분을 찾아낸 투유유(85) 중국전통의학연구원 교수에게 돌아가면서 개똥쑥에 대한 관심이 되살아나고 있다.
개똥쑥이란 과연 어떤 식물이며, 전통 한의학에선 어떤 용도로 쓰였을까. 강동경희대 한방병원 한방내과 고석재 교수의 도움말로 약용식물로서의 개똥쑥의 실체를 알아봤다.
개똥쑥은 국화과 쑥속에 속하는 한해살이 풀이다. 이 식물체를 손으로 뜯어서 비벼 보면 ‘개똥 비슷한 냄새가 난다’고 하여 ‘개똥쑥’으로 불리게 됐다고 한다.
개똥쑥의 학명은 ‘아르테미시아 린네(Artemisia Linne)다. 아르테미시아는 부인병에 유효하다는 뜻으로 그리스 신화의 아르테미스 여신에서 따온 말이다. 투 교수가 말라리아 치료제로 추출한 성분인 아르테미신도 이 학명에서 유래한 것으로 여겨진다.
일반적으로 개똥쑥은 항산화 및 항균 효과(유해 미생물 증식 억제 효과)가 있는 것으로 보고돼 있다. 암 증식 억제 효과도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또 개똥쑥이 함유한 아르테미신 성분은 피부과민반응을 억제하고 플라보노이드 성분은 항산화 작용을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항암 작용 운운도 플라보노이드의 항산화 작용이 부풀려진 것이 아닐까 의심된다.
한의학적으로는 음이 허하여 열이 나는 증상을 완화하는 약재로 쓰였는데, 발열과 학질, 소화불량, 이질 등에 사용된다고 한의서에 기록돼 있다. 간과 담의 경락에 배속되어 황달이나 급성 간염에도 응용할 수 있다고 한다. 고서에는 독충에 물렸을 때나 뱀에 물린 상처, 각종 피부병에도 외용제로 쓰인 기록이 있다.
한편 우리나라에도 한때 개똥쑥이 만병통치약처럼 알려져 무분별한 재배와 상품화가 이루어진 적이 있다. 이른바 항암제 개똥쑥 파동이다.
그러나 이는 개똥쑥에서 플라보노이드 등의 유효 성분을 추출, 암세포만을 공격하도록 처리한 항암제 개발 연구결과가 제대로 알려지지 않은 관계로 일어난 소동이었다. 개똥쑥을 생약을 사용해 항암효과를 얻은 게 아니었다.
또 이 연구도 시험관 내 세포를 대상으로 한 실험적 연구에 불과하다. 상용화되기까지는 4단계의 임상시험을 겨쳐야 하는 등 아직도 갈 길이 멀다. 투 교수가 연구한 아르테미신 역시 개똥쑥에서 추출한 성분을 화학적으로 합성한 것이다. 개똥쑥 자체에는 아르테미신 함량이 너무 낮아 개똥쑥을 생약으로 사용하는 방법만으로 항말라리아 효과를 내기엔 역부족이라고 할 수 있다.
개똥쑥의 대중성으로 말미암아 유사 약초의 범람도 주의를 기울여야 할 대목이다. 우리나라에서 재배되는 쑥의 종류 및 변종에 해당하는 식물만 해도 60여 종이 넘는다. 개똥쑥과 유사한 쑥속에 해당하는 식물도 더위지기, 사철쑥, 일반쑥, 황해쑥 등 여러 가지가 있다.
약초의 효능에 대해서도 엄청난 편차가 있을 수밖에 없다. 고석재 교수는 “건강증진을 위해 굳이 개똥쑥이 필요하다면 신뢰할 만한 공급자로부터 생약을 구하고 복용하기 전 반드시 한의사와 상담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한편 개똥쑥의 한약명은 청호(菁蒿)다. 약용으로 많이 쓰이는 ‘황해쑥’(애엽, 艾葉)이나 ‘사철쑥’(인진호, 茵蔯蒿)과는 쓰임새가 완전히 다른 약재라고 할 수 있다.
투 교수가 노벨생리의학상 수상 소감에서 언급한 1600년 전 고대 의학서는 ‘주후비급방’(?後備急方)이라는 책으로 갈홍(葛洪, 284~363년)이란 사람이 지었다. 청호에 대한 첫 기록이다.
갈홍 이후 본초 약물학의 대가인 이시진은 그의 저서 ‘본초강목’에서 가을에도 잎이 에메랄드 빛 녹색을 유지하는지, 아니면 노란 색으로 변하는지에 따라 개똥쑥을 청호(개사철쑥, 아르테미시아 아피아세아)와 황화호(개똥쑥, 아르테미시아 안누아 엘)로 나눴다.
이기수 의학전문기자 kslee@kmib.co.kr
노벨의학상 받은 개똥쑥은 어떤 식물일까
입력 2015-10-07 13:3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