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노벨 의학상을 받은 투 유유(85) 중국전통의학연구원 교수는 중국 전통 약초 서적을 연구해 ‘개똥쑥’으로 불리는 풀에서 말라리아 치료제 성분을 찾아냈다.
투 유유 교수는 개똥쑥에서 뽑아낸 말라리아 특효약 '아르테미시닌'을 개발해 1990년대 이후 말라리아 퇴치에 크게 기여했다. 투 교수는 “1600년 전 고대 의학서가 영감을 줬다”며 “개똥쑥에서 추출한 아르테미시닌은 현대 과학과 전통 의학이 결합한 성과물”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노벨상 수상으로 ‘개똥쑥’이 만병통치약처럼 잘못 알려지는 데 대한 지적이 나오고 있다.
개똥쑥은 국화과 쑥속에 속하는 한해살이 풀이다. 이 식물체를 손으로 뜯어서 비벼 보면 “개똥 비슷한 냄새가 난다”고 해서 ‘개똥쑥’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서양에서 개똥쑥의 학명 ‘Artemisia Linne’는 ‘Artemisia’가 부인병에 유효하다는 뜻을 갖고 있다. 그리스 신화의 ‘Artemis’여신을 기념해 ‘Linne’가 명명했다고 한다. 투 교수가 말라리아 치료제로 추출한 성분인 아르테미신도 학명에서 유래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개똥쑥은 항산화 및 항균 효과(유해 미생물 증식 억제 효과)가 보고돼 있다. 또 다양한 종류의 암에 대한 증식억제 활성을 갖고 있음이 알려져 있다.
개똥쑥에 함유된 아르테미신은 피부 과민 반응에 대한 억제작용이 있고 플라보노이드 성분은 항산화, 항암효과를 가지고 있다는 보고도 있다. 임상시험 결과로서 구강 점막염, 신경성 피부염, 여름의 입마름, 다한증, 체력저하에도 유효함이 알려져 있다.
개똥쑥의 한약명은 ‘청호(菁蒿)’다. 흔히들 약용으로 많이 쓰이는 ‘황해쑥’(애엽,艾葉)이나 ‘사철쑥’(인진호茵蔯蒿)과는 쓰임새가 전혀 다른 약이다.
투 교수가 1600년 전 인용한 고대의학서는 청호가 처음으로 기재된 ‘주후비급방(?後備急方)’이라는 책이다. 특이할 만한 약재 전체를 물에 담그고 그 후에 즙을 짜내라고 하여 일반적으로 한약을 전탕하는 방법과는 다르게 약재를 복용하였다는 점이다. 아마도 아르테미신이 추출되기 용이한 상태로 만들기 위함으로 추정된다.
한의학적으로는 음이 허해 열이 나는 증상을 완화하는 약으로 발열, 학질에 쓰이고 소화불량이나 이질에도 효과가 있다. 간과 담의 경락에 배속되어 황달이나 급성 간염에도 응용할 수 있다. 고서에는 독충에 물렸을 때나 뱀에 물린 상처, 각종 피부병에도 외용제로 쓰인 기록이 있다.
우리나라에도 한때 개똥쑥이 만병 통치약처럼 알려져 무분별한 재배와 상품화가 이루어진 적이 있다.
먼저, 기존 항암약보다 1200배 가까이 되는 개똥쑥의 항암 효과에 대한 연구는 암세포만을 공격하도록 처리한 성분을 이용한 연구이고 생약을 그대로 쓴 연구는 아니다.
이는 세포 실험적 연구로서 임상시험을 거쳐 상용화 되기까지는 아직까지 많은 단계가 남아 있다.
강동경희대병원은 ‘개똥쑥의 오해와 진실’이라는 자료에서 “투 교수가 연구한 아르테미신 역시 개똥쑥에서 추출한 성분으로서 추출하지 않은 개똥쑥 자체에는 아르테미신 함량이 매우 낮아 직접적인 항말라리아 효과를 내기 어렵다”고 밝혔다.
개똥쑥의 대중성으로 말미암아 유사한 약초의 범람도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우리나라에서 재배되는 쑥의 종류 및 변종에 해당하는 식물은 60여종이 넘는다.
개똥쑥과 유사한 쑥속에 해당하는 식물도 더위지기, 사철쑥, 일반쑥, 황해쑥 등 여러가지다. 약초의 효능에 대해서도 엄청난 편차가 존재하고 약초의 기원이 중국이나 동남아시아이기 때문에 순도와 표준화된 품질 보증이 중요하다. 신뢰할 만한 공급자로부터 구입을 하고 복용하기 전 한의사와 상담하는 것을 권한다.
개똥쑥 복용은 다음과 같이 해야 한다. 한의학적으로는 보통 여름철 미열, 식욕부진, 기력 감퇴, 감기 등에 다른 약재와 같이 전탕하여 처방하는 경우가 많다. 집에서 쉽게 먹을 수 있는 방법으로는 차처럼 끓여서 복용하거나 티백에 넣어 우려먹을 수 있다. 속이 찬 사람이나 변이 묽은 사람들은 전문가의 상담 후 복용 하도록 한다.
민태원 기자 twmin@kmib.co.kr
노벨의학상 개똥쑥 “만병 통치약처럼 잘못 알려져”
입력 2015-10-07 11:09 수정 2015-10-07 11: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