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산위험 수혈증후군 쌍태아, 내시경태아치료로 살려낸다

입력 2015-10-07 13:37
서울아산병원 산부인과 원혜성 교수(오른쪽 두번째)가 쌍태아수혈증후군으로 사산위험이 높아진 임산부와 다태아를 대상으로 태아내시경을 이용한 레이저치료를 하고 있다.서울아산병원 제공

경기도 하남에 사는 김모(40·여)씨는 결혼 후 3년 동안 아이를 기다렸지만 자연임신이 불가능하다는 진단을 받고 인공수정을 통해 쌍둥이를 임신했다. 쌍둥이 임신 소식에 하루 하루가 기쁨의 연속이었는데, 임신 18주차에 접어들었을 때, 청천벽력과 같은 소식을 듣게 됐다. 쌍둥이 임신의 치명적인 합병증인 ‘쌍태아 수혈증후군’ 이라는 진단이었다.

태반의 혈관문합을 통해 탯줄을 나눠 가져 혈액도 공평하게 공급받는 게 정상인데, 이를 한 아이가 독식하게 되면서 다른 태아는 2주 이상 성장이 뒤처졌고 방광도 보이지 않는 상태라고 의사는 전했다. 결국 다른 태아는 상대적으로 양수가 많아지고 심장기능도 떨어지게 돼 두 아이 모두 위험한 상황이었다.

하지만 김씨는 이 위기를 태아치료란 최첨단의술 덕분에 가뿐히(?) 넘을 수 있었다. 김씨는 곧바로 서울아산병원 분만장에서 임신 중 태아내시경을 이용한 레이저 치료를 받았고 쌍둥이 임신 상태를 계속 유지, 4개월 후 건강한 아들 쌍둥이를 출산하는데 성공한 것이다.

뱃속 쌍둥이한테 중증 질환이 발견되더라도 조기에 치료하면 정상분만 및 정상아로 태어날 수 있는 길이 활짝 열렸다. 단태 임신보다 임신 중 위험한 상황이 배이상 많은 다태 임신이 많은 고령이나 난임 산모들에겐 이보다 더 기쁜 소식이 없다.

서울아산병원 태아치료센터 원혜성 교수(산부인과)팀은 7일, 쌍둥이 임신의 중증 합병증으로 알려진 ‘쌍태아 수혈증후군’ 임산부 100명을 태아내시경으로 치료한 결과를 분석한 연구보고서를 발표했다.

원 교수팀은 출산 전 사산 우려가 놓은 쌍태아 수혈증후군 아기들에게 태아치료를 시도해 10쌍 중 7쌍을 살리는 성적을 거뒀다.

쌍태아 수혈증군은 일란성 쌍태아의 약 10~15%에서 나타나는 합병증으로 비정상적으로 태반 내에서 상호 연결된 혈관을 통해 한쪽 태아에서 다른 쪽 태아로 혈액이 공급돼 한쪽 태아는 혈류 저하로 저성장과 양수과소증을 보이고 다른 쪽 태아는 혈류 과다로 양수과다증과 심부전을 보이는 질환이다. 치료하지 않고 두면 90% 이상이 모두 사망하는 질환으로 쌍둥이 임신의 가장 치명적인 합병증으로 꼽힌다.

하지만 기존 치료법은 양수과다증상을 보이는 태아 쪽의 양수를 반복적으로 제거해서 산모의 증상과 태아 상태를 일시적으로 호전시키고 조기 진통을 예방하는 정도에 그쳐 근본적인 치료가 아니었다.

원 교수팀이 시도한 ‘태아 내시경을 이용한 레이저 치료법’은 양쪽 태아를 연결하고 있는 혈관을 없애기 위해 엄마의 배꼽을 통해 자궁 안에 태아내시경을 삽입하는 방법으로 시작된다. 이어 직접 혈관 상태를 관찰하면서 레이저로 혈관 사이에 흐르는 혈액을 응고시켜 태아간의 혈류 연결을 차단하면 시술이 끝난다.

원 교수팀은 지난 2012년부터 이 치료법을 고위험 임신 다태아들에게 사용해왔다. 그 결과, 두 아이 중 한 아이 이상 생존한 경우가 2012년 77%에서 2014년 85%까지 높아졌다. 평균 생존율이 76%에 이르는 셈이다. 2014년에는 두 아이 모두 생존한 경우도 71%나 되는 것으로 집계됐다.

태아치료는 평균 21주쯤에 평균 약 30분간에 걸쳐 시술된 것으로 확인됐다. 레이저 치료가 끝난 뒤 자궁 속에 증가돼 있는 양수를 빼내어 압력을 낮춰주는 치료가 15분 정도 더 필요한 점을 감안하면 총 1시간 정도가 소요되는 셈이다.

태아냇경 치료 후 14일 이내에 양수가 터지거나, 조기진통이 발생하는 경우는 2%, 쌍태아 수혈증후군이 재발하는 경우도 5% 미만에 그쳤다.

원 교수는 “최근 쌍둥이 임신이 증가하고 있지만 그에 따른 합병증도 늘어나고 있어 정기적인 검진을 통해 쌍태아에게 이상이 발견되면 조기에 적절한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기수 의학전문기자 ks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