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FF 숙소서 샤워실 몰카 당했다” 女관객 분노의 고발글

입력 2015-10-07 09:51 수정 2015-10-07 13:29

제20회 부산국제영화제(BIFF)를 찾은 한 여성 관객이 영화제 공식 관객숙소에서 몰카(몰래 카메라) 범죄 피해를 당했다고 고발했다.

이 여성 피해자 A씨는 6일 밤 페이스북에 “친구들과 부산영화제 관객숙소 비플하우스에 투숙하던 6일 오전 0시50분쯤 샤워실에서 몰카를 당했다”며 장문의 글을 시작했다.

비플하우스(BIFF People House)는 영화제 기간동안 타 지역에서 방문한 관객이 묵을 수 있도록 주최 측이 마련한 숙소다. 객실종류는 4·8·10인실로 구성된다. 비교적 저렴한 숙박료로 이용할 수 있어 찾는 관객이 많다.

그는 “환풍구 창문이 열리며 핸드폰이 들어와서 깜짝 놀라 소리를 지르자 (범인은) 사라졌다”며 “당시 혼자였기에 혹시 보복을 당할까봐 일단 옷을 입고 이후 친구와 함께 1층 로비로 내려가 경찰에 신고했다”고 전했다.

범인은 이미 도망갔고 건물 뒤쪽엔 CCTV도 없는 상태였다. 복도에 CCTV가 있었지만 10년 이상 된 낡은 제품이라 형체만 희미하게 찍혔을 뿐이었다. 경찰서에 직접 가서 진술까지 했으나 다음날(6일)까지 아무런 연락을 받지 못했다.

부산영화제 관객숙소 측에 재발방지에 대한 시정조치를 요구했으나 “증거가 불충분해 할 수 있는 게 없다” “밤늦게 돌아다니지 말라는 공지를 구두로 하고 있다”는 답변만 돌아왔다.

A씨는 “지금은 내가 괜히 유난떨어 모두를 귀찮게 하는 건가라는 생각이 든다”며 “성폭력·성추행 피해자들이 느끼는 비슷한 감정을 느낀다”고 토로했다. 이어 “사건에 대한 정황을 투숙객에게 알리고, 복도 및 외부에 CCTV를 신형으로 교체하는 등 시정조치를 해주길 바란다”고 숙소 측에 재차 요구했다.

약 3시간 뒤 A씨는 사건 이후의 진행상황을 정리한 두 번째 글을 올렸다.

숙소 측에 수차례 문제해결과 그에 대한 답변을 요구했으나 역시나 제대로 된 대응은 없었다는 내용이다. 그는 몰카 자체보다 이 같은 주최 측 태도에 더욱 화가 난다고 했다.

A씨는 “범인을 추정할 수 없는 상황이라는 건 경찰서에 갔을 때부터 이미 알고 있는 상황이었다”며 “제 요구사항은 이런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조치하는 것”이라고 호소했다.

그는 “사건 발생 하루가 다 돼서도 관객숙소 측에서는 다른 투숙객에게 샤워실 사용 시 주의하라는 등의 안내도 붙이지 않았다”면서 “저와 제 친구 둘은 부산영화제 관객숙소와 경찰의 대응 태도에 화가 났다. 매우 기분이 나쁜 상태”라고 전했다.

해당 글은 7일 여러 커뮤니티 사이트로 퍼지며 공분을 낳고 있다. “몰카 피해가 발생한 상황에 고작 대처방안이라는 게 밤늦게 돌아다니지 말라는 거냐” “기가 막히다” “해결하려는 노력이 전혀 보이지 않는다”는 비판이 줄을 잇고 있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