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제(師弟) 노벨상’ 日가지타, 소립자물리학계의 ‘기린아’

입력 2015-10-07 02:12
가지타 다카아키(56) 도쿄대 교수가 올해 노벨물리학상 공동 수상자로 선정되면서 스승에 이어 제자가 노벨상을 거머쥔 ‘사제(師弟) 수상자’로 등극하는 진기록을 남겼다.

가지타 교수의 스승은 2002년 노벨 물리학상 공동수상자인 고시바 마사토시(89) 도쿄대 특별 영예교수다. 중성미자 관측을 위해 기후현 가미오카 광산 지하 1000m에 설치한 관측 장치 ‘가미오칸데’를 설계하고, 그것을 통해 사상 처음으로 자연 발생한 중성미자를 관측해낸 인물이다.

도쿄대의 고시바 교수 연구실에 1981년부터 몸담은 가지타는 가미오칸데를 업그레이드한 ‘슈퍼 가미오칸데’를 활용해 중성미자 진동 현상을 최초 포착함으로써 스승과 어깨를 나란히 했다. 도쿄대 이학(理學)부 조교가 된 직후인 1986년부터 중성미자 연구를 본격적으로 시작한 가지타는 중성미자의 관측 수치가 이론적 예측에 비해 크게 부족한 것을 깨닫게 되자 그것이 중성미자 진동에 의한 것으로 추측했다. 이번 노벨상을 안긴 ‘중성미자 질량발견’의 출발점이었다.

1996년부터는 자신이 건설에 참여한 ‘슈퍼 가미오칸데’를 활용해 연구결과를 축적한 가지타는 1998년 기후현 다카야마시에서 열린 국제회의에서 ‘중성미자 진동의 발견’을 발표하며 세계 물리학계를 뒤흔들었다. 중성미자 진동이 중성미자에 질량이 있음을 보여주는 증거임을 규명한 이 연구는 ‘중성미자에는 질량이 없다’는 그 이전까지의 소립자 물리학계 ‘정설’을 뒤집은 대발견이었다.

가지타는 사이타마현에서 나고 자라 사이타마대를 졸업했다. 도쿄대 이학부 조교, 도쿄대 우주선(線)연구소 조교, 조교수를 거쳐 1999년 정교수가 된 뒤 2008년 4월부터 도쿄대 우주선연구소 소장을 맡았다. ‘슈퍼 가미오칸데’에서 관측한 데이터 해석의 책임자로서 미일 양국 연구자를 통솔하기도 했다.

2002년 미국 물리학회가 주는 ‘파노프스키상’, 2012년 일본학사원(學士院)상 등을 수상했다.

이명희 기자 mhee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