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도 교과서 논란 - 흑인노예 ‘노동자’ 로 기술했다 학부모 항의로 수정

입력 2015-10-06 16:28

미국에 건너온 아프리카 흑인 노예를 마치 강제 이주한 ‘노동자’로 표현한 미국 고교 교과서 출판사가 학부모의 이의를 받아들여 개정판을 냈다.

5일(현지시간) 미국 언론에 따르면, 맥그로힐 출판사는 흑인의 정체성을 왜곡했다는 학부형의 지적을 받아들여 개정판에서 흑인이 ‘노예’였다는 점을 분명히 기술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맥그로힐의 조치는 미 텍사스 주 휴스턴 인근에 사는 흑인 엄마 로니 딘 버런의 문제 제기에 따른 것이었다.

버런은 최근 고교생 아들의 세계 지리 교과서에 실린 한 장의 사진을 보고 불편한 감정을 느꼈다.

‘이민의 형태’라는 장에서 “1500∼1800년대 행해진 대서양 노예무역을 통해 수백만 명의 노동자(worker)가 플랜테이션 농장에서 일하려고 아프리카에서 미국 남부로 건너왔다”고 기술돼 있었기 때문이다.

버런은 미국으로 건너온 흑인이 돈 한 푼 받지 못한 노예였음에도 ‘노동자’라고 칭한 점, 자발적인 의사 없이 사실상 끌려와 팔린 신세였는데도 ‘이민’이라는 용어를 사용한 점에 대해 문제를 제기했다.

그가 페이스북에 올린 동영상은 5일 현재 169만명이 볼 정도로 큰 반향을 일으켰다.

이에 맥그로힐 출판사는 지난 2일 페이스북을 통해 ‘노동자’라는 표현이 출판사의 기준에 맞지 않는다고 인정하고 개정판에서 흑인이 미국으로 강제 이주했고, 그들의 노동은 노예 노동이었다는 점을 분명하게 쓰겠다고 약속했다.

개정판에 앞서 온라인에 공개된 책자에서 이를 먼저 고치기로 했다.

버런은 “우리의 목소리가 중요한 이유”라며 출판사의 태도 변화를 반겼다.

그러나 ‘강제 이민’이라는 표현이 아프리카 흑인이 납치돼 팔려온 사실을 왜곡하고 있다면서 당장 개정판을 내라는 요구도 나오고 있다.

보수적인 텍사스 주에서는 기후 변화, 종교 자유, 흑인 노예 제도 등 미국 사회의 민감한 사안에 대한 보수 편향적 교과서로 논란이 적지 않다.

남북전쟁의 원인에 대해서도 ‘노예 해방’을 둘러싼 갈등이라기보다 각 주(州) 자치권 행사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는 경향이 강하다. 전쟁 당시 공업 위주의 북부와 달리 남부는 전통적으로 농업 지역이어서 흑인 노예를 필요로 했다는 주장이다.

이런 영향으로 텍사스 주의 사회 과목에서 과거 극심한 백인의 흑인차별 문제를 거의 다루지 않는다고 일간 크리스천사이언스모니터가 지적했다.

김의구 기자 eg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