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호르몬으로 알려진 ‘옥시토신’을 이용해 ‘폭식증’을 치료할 수 있는 가능성이 열렸다. 폭식증은 폭식으로 인한 체중 증가를 막기 위해 굶기, 구토 등을 반복하는 증상이다. 국내 폭식증 인구는 전체의 4% 정도로 추산된다.
인제대 서울백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김율리 교수는 영국 킹스칼리지런던대 재닛 트레저 교수와 공동연구를 통해 폭식증 환자에게 옥시토신을 투여한 결과, 섭취 열량이 감소되는 것을 확인했다고 6일 밝혔다. 옥시토신은 사람 간 교감이나 부부애, 모성 본능을 촉진하는 호르몬이다.
연구팀은 폭식증 여성 34명, 음식을 거부하는 거식증 여성 35명, 건강한 여성 33명에게 각각 옥시토신과 가짜약(플라시보)을 1주일 간격으로 투여하고 하루 섭취 열량을 측정했다.
그 결과, 폭식증 여성은 가짜약 상태에서는 하루 평균 2757cal를 섭취했으나 옥시토신 투여 상태에서는 2277cal를 섭취해 480cal가 적었다. 또 건강한 여성은 가짜약 섭취 때 2295㎈였던 하루 열량이 옥시토신 투여 후에는 평균 116㎈가 줄어든 2179㎈로 측정됐다. 이는 폭식증 여성보다는 감소폭이 적은 수치다. 하지만 거식증 상태에선 가짜약 상태(1988cal) 보다 옥시토신 상태(2151cal)에서 섭취 열량이 줄지 않았다.
김 교수는 “옥시토신은 신뢰, 사회성, 불안, 스트레스 등을 관장하는 신경회로의 핵심 역할을 한다”면서 “폭식증 환자의 식욕과 스트레스 조절을 통해 음식 섭취를 감소시키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민태원 기자 twmin@kmib.co.kr
사랑의 호르몬으로 폭식증 치료?
입력 2015-10-06 14: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