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호르몬 옥시토신, 폭식증 치료에도 유용

입력 2015-10-06 18:56
속칭 ‘사랑의 호르몬’으로 불리는 옥시토신이 폭식증 치료에 도움이 된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인제대학교 서울백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김율리 교수는 영국 런던 킹스칼리지대학(King‘s College London)의 자넷트 레저 교수와 함께 거식증 여성 35명과 폭식증 여성 34명, 건강한 여성 33명을 대상으로 옥시토신이 식습관에 미치는 영향을 조사한 결과 이 같은 결론을 얻었다고 6일 밝혔다.

옥시토신은 신뢰, 사회성, 불안, 스트레스 등을 관장하는 신경회로의 핵심역할을 하는 호르몬으로, 동물연구에서 뇌의 식욕관련 신경회로에 작용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김 교수팀은 이들 조사 대상자에게 옥시토신과 위약(僞藥)을 1주일 간격으로 각각 투여한 후 매일 1일 섭취 열량을 측정하고, 각각 비교했다.

그 결과 폭식증 여성은 위약 상태에서 하루 평균 2757㎉를 섭취했으나, 옥시토신 상태에서는 하루 평균 480㎉나 적은 2277㎉를 섭취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건강한 여성은 위약 상태(2295㎉)와 옥시토신 투여 후(2179㎉) 섭취 열량 차이가 하루 평균 116㎉ 수준에 그쳤다.

그러나 음식을 거부하는 거식증 환자는 위약상태(1988㎉)보다 옥시토신 상태(2151칼로리)에서 섭취 열량이 되레 증가했다.

이는 옥시토신이 거식증보다는 폭식증 치료에 더 도움이 될 수 있다는 뜻이다. 국내 건강보험공단 자료에 따르면 폭식증, 거식증 등 섭식장애로 진료 받은 환자 수는 2012년 기준 1만3000여 명에 이른다.

폭식증은 섭식 행동을 통제 못하고 간헐적인 폭식을 하는 것이 특징인 섭식장애의 일종이다. 특히 신경성 폭식증의 경우는 폭식으로 인한 체중증가를 피하고자 구토나 지나친 운동 등의 보상 행동을 한다.

폭식증에서 반복적인 폭식과 굶기, 구토 등 혼란된 섭식과 영양 양상이 지속되면 뇌의 보상회로와 스트레스 체계가 붕괴되어, 점차 회복하기 어려워진다. 따라서 회복에는 조기 치료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현재 폭식증을 치료하는 방법으로 정신심리치료가 사용되고 있으나 치료 반응율이 50% 이하이며, 항우울제 치료 반응율은 더 낮은 19%에 불과하다.

연구결과는 미국공공도서관학술지 ‘플로스원’(PLoS ONE) 최근호에 게재됐다.



이기수 의학전문기자 ks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