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압 높을수록 허리, 무릎 통증에 둔감”

입력 2015-10-06 11:02

혈압이 높아지면 무릎과 허리 통증을 덜 느끼게 된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고혈압 일수록 통증에 둔감해져 척추나 무릎 관절염 진행 시기를 놓칠 수 있으므로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자생한방병원 척추관절연구소(JSR) 배영현·하인혁 원장 연구팀은 국민건강 영양조사(2007~2009년) 대상자 중 요통 및 골관절염에 대한 설문 참여자 1만7128명(20세 이상)을 고혈압 환자와 정상인으로 나눠 비교했다.

그 결과, 혈압이 정상인(80~120mmHg)의 요통에 대한 유병율을 1.00로 놓았을 때 고혈압 환자 중 수축기 혈압이 높은 군(140mmHg 이상)과 이완기 혈압이 높은 군(90mmHg 이상)의 유병율은 각각 0.81과 0.73을 나타냈다고 6일 밝혔다.

골관절염도 비슷한 양상을 띠었다. 고혈압 환자의 수축기와 이완기 혈압이 높은 군에서의 골관절염 유병율은 각각 0.81과 0.85를 기록했다.

즉, 혈압이 높을수록 요통이나 무릎통증을 덜 느끼는 것이다. 연구팀은 성별 및 나이, 사회경제적 요소를 보정한 연구결과에서도 같은 결과를 얻었다.

하지만 고혈압이 오래될수록 혹은 장기간 혈압 약을 먹을수록 고혈압이 통증에 대한 민감도를 떨어뜨리는 경향이 약해졌다. 이는 혈압약과 고혈압 유병기간이 통증 민감도에 영향을 주는 고혈압 관련 기전을 약화시키는 것으로 풀이된다.

연구팀은 고혈압과 요통 및 골관절염 유병율과의 관계를 알아보기 위해 대상자를 추출한 뒤 단면조사연구(주변여건과 관련요소를 고려 집단과 아닌 집단 간 차이를 밝히는 연구방법)를 분석했다. 또 이를 오즈비(Odds ratio:집단간 비교를 통해 확률이 얼마나 높은지 나타내는 수치)값을 통해 성별, 나이, 사회문화적 특성(소득수준, 직업, 흡연여부 등)을 조정했다.

자생한방병원 척추관절연구소 하인혁 소장은 “고혈압 환자일수록 요통이나 무릎통증이 덜 느낀다는 결과는 고혈압이 이들 질환에 좋은 영향을 준다는 것은 아니다. 같은 허리 및 무릎에 손상에 있더라도 고혈압 환자일수록 통증 민감도가 떨어져 구조적 손상이 진행되는 것을 놓칠 수가 있다”고 설명했다. 하 소장은 “고혈압 환자일수록 디스크나 퇴행성 관절염 같은 질환에 대해 통증이 크게 없더라도 정기적인 검진을 받아 볼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이번 연구 결과는 미국 공공과학도서관이 발행하는 온라인 학술지 ‘플로스원’ 최신호에 게재됐다.

민태원 기자 twm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