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션’, 화성으로 간 남자의 긍정 지구 귀환기

입력 2015-10-06 00:04
영화 ‘마션’ 스틸컷

SF 팬이라면 리들리 스콧 감독을 모를 리 없을 겁니다. ‘블레이드 러너’, ‘에일리언’ 시리즈에 최근의 ‘프로메테우스’까지, 상상력으로 우주 공간을 창조하는 솜씨로 이미 정평이 나 있는 감독이죠. 수많은 사람들이 그의 작품을 ‘인생 영화’로 꼽습니다. 그 리들리 스콧이 ‘화성판 삼시세끼’, ‘마션’으로 돌아왔습니다. ‘프로메테우스2’를 기다리는 팬들에게도 반가운 소식이었습니다. 지난해 천만 관객을 동원한 ‘인터스텔라’에서 광기 어린 인물 닥터 만으로 분해 인상적인 연기를 펼친 맷 데이먼이 주인공 마크 와트니 역으로 나서며 기대감은 더욱 높아졌죠.

‘마션’의 줄거리는 매우 간단합니다. 동료들과 함께 화성 탐사를 떠났다가 홀로 떨어진 우주 비행사 마크 와트니가 구조를 기다리며 스스로 살아남는 과정이 이 영화에 고스란히 담겼습니다. 등장인물들이 우주 공간에서 조난당하는 내용의 영화라면 얼마든지 있지만, ‘마션’이 이들과 다른 점은 주인공 마크 와트니가 밑도 끝도 없이 긍정적인 성격을 갖고 있다는 것입니다. ‘그래비티’가 소리도 바람도 없는 진공의 우주 속 절대 고독과 무력감을 체험시켜줬다면, ‘마션’은 그런 와중에도 뭐든 해낼 수 있을 것만 같은 희망을 보여 줍니다.

그러나 이 같은 마크 와트니의 ‘무한 긍정’은 이 영화의 장점이자 단점으로 작용합니다. 마크 와트니는 한 치의 오차가 생존과 직결되는 화성에서도 낙천적인 성격을 포기하지 않습니다. 그가 화성에서 직면하는 모든 위기는 그야말로 ‘장난이 아닌’ 것들이었지만, 잠깐 좌절하다가 금세 새로운 해결책을 찾아내죠. 이처럼 주인공의 얼굴에 드러나는 감정의 낙차가 적은 터라 극적인 느낌은 부족합니다. 하지만 아무리 영화 속의 인물일지라도 손 쓸 수 없는 위기 앞에 선 모습을 보는 것이 괴로울 때가 있죠. 결말까지 갈등과 해결을 빠르게 반복하며 일사천리로 달려가는 영화의 구성은 보는 사람의 취향에 따라 호불호가 갈릴 듯합니다.

마크 와트니가 위기를 극복해나가는 과정에서의 설명이 조금 모자라다는 점도 아쉬움으로 남습니다. 오롯이 상상력으로만 만든 세계라면 무슨 일이 어떤 방식으로 처리되든 그러려니 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나 ‘마션’의 배경이 눈대중 따위를 허락하지 않는 정밀한 세계라는 것을 관객들은 알고 있습니다. 때문에 주인공이 문제를 해결하는 원리를 보는 이들이 이해할 수 있을 정도로 풀어내야 하죠. 마크 와트니는 “내 과학 지식을 총동원해서 살아남겠다”고 선언하지만 무엇이 어떻게 쓰였는지는 자세히 알 수 없습니다. 영화 중간 나오는 중국 과학자의 “계산해 봤는데 충분히 가능해요” 같은 대사는 조금 성의 없다고 느껴지기도 합니다.

원작 소설을 142분의 영화 안에 담아내면서 부득이하게 다소간의 불친절함이 발생할 수는 있겠지만, ‘마션’은 즐거운 SF영화입니다. 위기조차 기회로 바꿔버리는 마크 와트니의 유쾌함을 그대로 체화한 맷 데이먼의 연기력 덕분이겠죠. 음식 섭취를 최소화해서 갈비뼈가 드러날 정도로 수척해진 상황이지만 맷 데이먼의 미모는 발광합니다. 또 머리를 비우고 본다면 마크 와트니의 위기 타개 과정은 매우 신기하게 다가옵니다. 초등학교 때 소년신문에서 봤던 패스파인더의 등장은 반갑게 느껴지기까지 하네요. 화성으로 간 긍정적 남자의 지구 귀환기 ‘마션’은 8일 개봉합니다.

라효진 기자 surplu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