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민주당 대선 예비후보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이 3일(현지시간) TV 코미디 프로그램에 바텐더로 출연해 열연을 펼쳤다. 그녀는 지난달 9일에도 TV에 나와 춤을 추며 ‘망가지는’ 모습을 보여줬었다. 대중친화적이고 감성적인 접근으로 표심을 공략하겠다는 계산으로 보인다.
클린턴 전 장관은 NBC방송의 새터데이나이트라이브(SNL)에 바텐더 ‘발(Val)'로 등장해 여성 코미디언 케이트 메키넌과 함께 연기했다. 클린턴은 자신과 똑같은 헤어스타일에 즐겨입는 푸른색 정장을 입은 매키넌이 ‘내가 바로 힐러리 로담 클린턴’이라고 스스로를 소개하자 “멋진 이름”이라며 익살을 부렸다. 매키넌은 술집에 온 이유를 묻는 클린턴에게 “지난 22년간 너무 힘들어 자신감을 채우러 왔다”며 최근 이메일 스캔들 등으로 곤경에 처했던 클린턴의 처지를 드러냈다. 이어 “첫째 나는 할머니이고 둘째 이 녹색 지구를 믿는 사람”이라며 평소 클린턴이 즐겨 쓰는 말을 흉내냈다. 이에 클린턴은 “당신 정치꾼이군”이라고 응수해 폭소를 자아냈다.
클린턴은 자신을 “키스톤 송유관이 환경을 파괴한다고 믿는 평범한 시민”이라고 소개했다. 키스톤 송유관 건설사업 백지화를 내건 공약을 홍보함과 동시에 자신을 엘리트주의적이라고 비판하는 시각을 무마하기 위한 멘트였다.
클린턴은 공화당 대선 예비후보인 부동산 재벌 도널드 트럼프의 굵고 거친 어투를 모방해 눈길을 끌기도 했다. 클린턴은 특히 트럼프가 남을 비난할 때 쓰는 ‘실패자(Losers)'라는 단어를 언급하며 “그 사람은 ‘당신들 모두가 실패자’라고 말하는 사람 아니냐”라고 꼬집었다.
이에 맥키넌은 “트럼프가 나와야 내가 직접 쓰러뜨릴 수 있다”며 “박살내서 머리를 다 뽑아버리겠다”며 최근 불편했던 둘의 관계를 상기시켰다. 지난 2일 클린턴은 트럼프가 자신을 “시끄럽다(Shrill)”고 비난하자 “못된 버릇이 또 발동됐다”며 맞대응한 바 있다.
힐러리의 ‘파격행보’에 대해 뉴욕타임스는 “적어도 이날 밤은 평소의 (다가가기 힘든) 이미지를 누그러뜨릴 줄 아는 모습을 보여줬다”고 호평했다.
조효석 기자 promene@kmib.co.kr
대권 위해서라면 망가져도 좋아…힐러리, SNL에서 ‘바텐더’ 열연
입력 2015-10-05 17: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