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행 지역구 246석 사실상 합의했지만...게리멘더링 논란에 빠진 선거구 획정위

입력 2015-10-05 17:05 수정 2015-10-05 20:07
내년 20대 총선 선거구 획정이 게리맨더링(Gerrymandering·의석 확보를 위해 선거구를 기형적으로 분할하는 것) 논란에 휩싸였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산하 국회의원선거구획정위원회(획정위)가 농어촌 지역구를 살리기 위한 고육책 중 하나로 ‘자치구·시·군 일부 분할’ 방안을 제시하면서다. 획정위 내부에서조차 “결코 받아들일 수 없다”는 이견이 나오는 가운데, 여야도 선거구 획정 기준에 대해 뚜렷한 접점을 찾지 못하면서 논의가 공전하고 있다.

여야 원내대표·원내수석부대표는 5일 국회에서 ‘2+2 회동’을 갖고 선거구 획정 방안을 논의했다. 새누리당은 “비례대표 의석수를 축소하고 그만큼 지역구를 늘려야 한다”는 주장을 되풀이했다. 새정치민주연합은 “정치적 중립성을 지닌 획정위에 정치권이 가이드라인(지침)을 내려서는 안 된다”고 맞섰다. 새정치연합 이춘석 원내수석부대표는 “획정위가 회의를 갖고 진전된 논의를 할 수 있도록 어느 정도 여유를 주자는 입장”이라고 했다.

획정위의 상황도 나빠지고 있다. 획정위는 조만간 회의를 갖고 기준 제출 시한인 오는 13일까지 획정안을 확정한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지난 2일 회의를 파행으로 몰고 간 자치구·시·군 일부 분할 방안이 걸림돌이다. 획정위 관계자는 “방망이만 두드리지 않았을 뿐 지역구 246석은 확정이었다”며 “회의 초반 명백한 위헌인 인구편차 2.3대 1 주장이 나오더니 회의 막바지에 게리멘더링 주장까지 제기돼 회의가 파행됐다”고 했다.

획정위는 선거구 간 인구편차를 2대 1로 하라는 헌재 판결에 따라 244석을 최소 지역구 의석수 기준으로 잡았다. 총 지역구 의석수를 현행(246석)대로 하자는 합의에 따라 나머지 2석은 농어촌 지역에 배분하기로 했다. 구체적으로 어느 지역에 혜택을 줄 것이냐를 두고 획정위원들 사이에 격론이 일었다. 합의가 안 된 상황에서 한 새누리당 추천 위원이 게리멘더링을 동원해 강원·경북 의석수를 1석씩 늘리자는 주장을 제기했다고 한다. 호남 1석, 강원 1석, 경북 2석 씩 모두 합쳐 4석을 ‘조커’로 활용하자는 방안이었다. 김대년 획정위원장도 이 방안에 긍정적인 입장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위원들은 “이 방안은 게리멘더링으로, 명백한 위법이며 획정위가 위법행위를 해선 안 된다”고 반대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획정위원은 “회의 파행의 주범이었던 자치구·시·군 분할 방안을 왜 위원장 독단으로 끄집어냈는지 의문”이라며 “정치권의 압력에 획정위가 흔들리는 것 같다”고 했다.

한편 새정치연합 문재인 대표는 “농어촌 지역의 의석수가 줄어드는 것을 최소화할 복안이 있다”며 “그 안을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에서 충분히 협의하고 만약 정치적 타결이 필요하다면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와 만나서 담판을 짓겠다”고 했다.

문동성 기자 theMo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