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체제선전 효과 위해 주원문씨 전격 석방한듯” 남북관계 호재될까

입력 2015-10-05 14:13

북한이 5일 억류 중인 한국 국적 미국 대학생 주원문(21)씨를 송환하기로 전격 결정함에 따라 남북관계에 호재로 작용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대북 전문가들은 북한이 오는 10일 노동당 창건 70주년을 앞두고 체제 선전 차원에서 미국 영주권자인 주씨의 송환을 결정한 것으로 해석했다.

북한은 이날 오전 이산가족 상봉 후보자의 생사확인 결과가 담긴 회보서 교환을 앞둔 시점에서 지난 4월 22일 이후 북측 지역에 억류된 우리 국민 주원문씨를 송환하겠다고 판문점 연락관 채널을 통해 통보했다.

우리 정부는 북측 제의대로 오후 5시 30분에 판문점을 통해 주씨를 인수하겠다는 의사를 북측에 통보하면서 북측이 억류 중인 우리 국민 김정욱씨, 김국기씨, 최춘길씨도 조속히 석방할 것을 촉구했다.

한 대북 전문가는 북한이 억류 중인 우리 국민 4명 중 주원문씨 송환을 결정한 배경에 대해 "북측 입장에선 주씨는 자기 공화국에 대한 중대 범죄가 없었고, 북한을 알기 위해 입국했다는 점에서 체제 선전효과를 기대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은 김정욱씨, 김국기씨, 최춘길씨에 대해서는 간첩 혐의 등으로 무기징역형을 선고했으나 주원문씨는 형사처벌하지 않았다.

게다가 주씨는 지난달 25일 평양 주재 내외신 기자회견에서 "서방에서 떠드는 것처럼 이 나라(북한)에 인권문제나 폭압정치를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며 미국과 남한의 대북 적대시 정책 전환을 주장한 바 있다.

북한이 당 창건 70주년을 앞두고 자신들도 인권을 중시한다는 메시지를 전달하려는 의도도 있는 것으로 풀이됐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억류 중인 우리 국민을) 인도적 차원에서 풀어준다는 것을 보여주면서 (남측도) 북한 인권을 인정하라는 메시지를 보내려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양 교수는 "향후 남북관계가 좋아지면 나머지 억류 국민 3명도 풀어주는 방안을 긍정적으로 검토할 수 있다는 간접적인 메시지로도 해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정부가 지속적으로 송환을 촉구하던 우리 국민 중 한 명을 북한이 송환함에 따라 남북관계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

북한은 최근 인공위성 발사를 명분으로 한 장거리 로켓 발사를 수차례 시사했지만, 당 창건 70주년을 닷새 앞둔 시점에도 발사 준비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

류윈산(劉云山) 중국공산당 중앙정치국 상무위원의 북한 노동당 창건 70주년 행사 참석을 계기로 북한이 장거리 로켓 발사를 보류한 것 아니냐는 관측도 제기되고 있다.

특히 북한이 최근 남북 민간교류에 적극적인 태도를 보이는 것으로 볼 때 이번 주원문씨 송환 결정도 남북관계 개선 의지의 일환이라는 분석도 있다.

양 교수는 "큰 틀에서 (주씨의 송환은) 이산가족 상봉과 함께 남북관계의 긍정적인 분위기 형성에 기여할 것"이라며 "(북한이 장거리 로켓 발사를 보류하는) 최근 전반적인 한반도 상황과 관련한 긍정적 흐름의 일부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러나 북한이 노동당 창건 70주년을 계기로 한 장거리 로켓 발사를 완전히 포기한 것이 아니라는 점에서 주씨의 송환은 체제 선전 효과를 노린 일시적인 이벤트로 봐야 한다는 해석도 있다.

김영석 기자 ys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