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비학자 석주명, 우리나라 나비는 모두 그의 손에서 다시 날다

입력 2015-10-05 00:03
온라인 커뮤니티

오는 9일이면 세종대왕이 훈민정음을 반포한 지 569년이 됩니다.

이처럼 유구한 역사를 지닌 한글날이 되면 으레 우리말의 소중함에 대해서 다시 한 번 생각해보게 되는데요.

그런데 우리나라에서 살고 있는 전체 나비 이름 중 약 70%가 순우리말이라는 점, 그리고 그 이름을 모두 한 명의 학자가 지었다는 사실을 혹시 알고 계셨나요?

최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우리에게 비교적 생소한 석주명이라는 나비학자에 대해 소개하는 글이 올라와 누리꾼들에게 많은 감동을 불러 일으켰습니다.

석주명 선생의 업적은 단지 이뿐만이 아닙니다.

‘한국의 파브르’라고 불려도 과언이 아닌 석주명 선생은 한국의 나비 연구에 지대한 공헌을 했습니다.

그 중 대표적인 일이 1930년대에 921종으로 알려졌던 조선산 나비를 250종으로 줄인 일이었습니다.

나비의 종류 수를 이처럼 대폭 줄이게 된 이유는 당시 일본 학자들이 대책 없이 벌여놓은 만행 때문이었습니다.

당시 여러 권의 일본곤충도감이 편찬될 정도로 많은 일본 학자들은 나비 연구에 매진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일본 학자들은 나비 간에 조금만 다른 특징이 있어도 다른 종류라 주장하며 똑같은 나비를 이름만 바꿔 여려 종류로 등록하는 등 무책임한 연구를 진행했습니다.

일본 학자들의 연구를 토대로 조선산 나비를 조사하던 석주명 선생은 그들의 분류가 잘못 됐다는 걸 알게 되고, 배추흰나비 16만여 마리를 연구하고 나서야 무늬와 색상이 다르다는 이유로 다른 종이라는 성급하게 판단해서는 안 된다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그리고 석주명 선생은 일본 학자들이 정립했던 수많은 잘못된 정보들을 제대로 바로잡기 위해서 10년 동안이나 변이 연구를 진행하는 신중함을 보였습니다.

그 결과 잘못된 정보들을 솎아내어 조선산 나비를 정확히 분류했습니다.

이는 “무릇 우리나라에 있는 것이면 무엇이고 우리와 관계가 있다. 관계가 있기에 그것을 잘 알아야 한다”라고 말했던 석주명 선생의 신념이 반영된 결과인 것입니다.

이처럼 우리 것에 대한 애착이 강했던 석주명 선생은 직접 새로 분류한 나비들에게 ‘청띠신선나비’ ‘번개오색나비’ ‘떠들썩팔랑나비’ 등 아름다운 순우리말 이름을 지었습니다.

사람들에게는 ‘우리 것’이라 하면 이제 낡고 오래됐다면서 무시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가 무시하는 그 ‘우리 것’을 제대로 찾고, 지키기 위해 이토록 오랜 시간 동안 노력한 선조들을 생각하면 저절로 고개가 숙여집니다.

우리가 물려받은 우리 것을 감사히 여기고 한 번쯤 돌아보는 자세를 가져보면 좋겠습니다.

최영경 기자 ykcho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