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기준금리 낮출수록 미 금리인상 충격 더 커져, 가계 기업부채 관리가 한국경제 향방 가른다

입력 2015-10-04 23:42
연내 미국의 금리인상이 예고된 상황에서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낮출수록 국내 시중은행이 더 큰 타격을 받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가계대출은 빠르게 늘고, 기업부실도 확대되고 있어 미국 금리인상을 앞두고 ‘부채 관리’가 금융당국의 하반기 핵심 정책타깃으로 떠올랐다.

국회 기획재정위 소속 새정치민주연합 최재성 의원이 4일 한은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향후 2년간 금리를 3% 포인트 올리면 국내 18개 은행의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총자본비율은 1.26% 포인트 하락(자기자본 16조8000억원 감소)하는 것으로 추정됐다. 한은은 국내 기준금리 변화와 향후 미국의 금리 상승폭을 감안해 시나리오별 충격 정도를 분석해왔다.

이번 테스트 결과는 지난 6월 한은이 금융안정보고서에 공개한 것보다 충격 정도가 더 컸다. 당시에는 기준금리가 연 1.75%여서 금리인상(2년간 3% 상승)에 따른 총자본비율 감소폭이 1.23% 포인트였지만 이후 한은이 기준금리를 연 1.5%로 낮춰 미국과의 금리 차가 줄었기 때문이다. 한은은 향후 기준금리가 0.25% 포인트 더 내려가면 총자본비율 하락폭은 1.26%포인트에서 1.29%포인트로 늘어날 것으로 예측했다. 미국과의 금리 차가 커질수록 외국인자금 유출에 대한 우려는 커지고 국내 은행 건전성에도 빨간불이 켜지는 셈이다.

가계부채 증가세엔 브레이크가 없다. 은행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우리·KEB하나·농협·기업 등 6대 은행의 지난달말 기준 주택담보대출 잔액은 331조8844억원으로 집계돼 전달(327조9801억원)보다 3조9043억원 늘었다. 관련 통계를 알 수 있는 2010년 이후 9월 증가분으로는 최대치다.

가계부채와 함께 ‘좀비기업’도 늘고 있다. LG경제연구원이 최근 628개 상장기업을 대상으로 부채상환능력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이자보상배율이 1을 밑도는 좀비기업이 2010년 24.7%에서 올해 1분기 34.9%로 증가했다. 이자보상배율이 1 미만이라는 건 벌어들인 수입으로 이자비용도 내지 못한다는 뜻이다.

금융당국은 지난 8월 은행의 여신 담당 부행장들을 모아 기업부채에 선제적으로 대비해달라고 당부했다. 또 은행 검사·감독의 경우 기업부채에 대한 충당금이 충분한지, 한계기업에 대한 정리 정책을 제대로 구사하고 있는지 등에 초점을 맞춰 진행할 계획이다.

당국은 시장 주도 구조조정을 위해 부실채권 전문회사인 유암코를 기업구조조정전문회사로 확대 개편키로 했다. 당국은 이르면 이달 말부터 중소기업을 중심으로 구조조정을 시작할 예정이다.

백상진 기자 shark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