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 내부에서 내년 총선 공천룰을 둘러싼 계파 갈등이 다시 점화될 조짐이다. 주말 내내 당내 양대 계파는 공천룰을 정할 특별기구 구성을 놓고 신경전을 벌였다. 비박(비박근혜)계 재선 의원과 쇄신파 의원들을 중심으로 ‘전략공천 반대’를 위한 집단행동이 감지되는 등 ‘세 격돌’ 양상도 예고됐다.
이런 가운데 박근혜 대통령의 입장 표명여부도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박 대통령이 수석비서관회의, 국무회의 등 공식석상에서 정치권의 기득권 지키기를 우회 비판하는 방식으로 친박(친박근혜)에 대한 ‘지원사격’을 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특별기구 출범부터 계파 간 샅바싸움=새누리당은 주말 내내 특별기구 구성 방식을 놓고 김무성 대표 측과 당내 친박계간 물밑 협상을 벌였지만 합의에 이르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 핵심 관계자는 4일 국민일보와 통화에서 “주말 내내 특별기구 구성을 놓고 양측간 협의를 했는데 결렬된 것으로 알고 있다”며 “5일 열리는 최고위원회에서 특별기구 명칭과 위원 명단 등을 놓고 격론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김 대표 측은 기존의 ‘국민공천제 태스크포스(TF)’ 구성원을 중심으로 양 진영이 원하는 인물을 일부 교체·보강하자는 입장이다. 특별기구를 비박계가 중심이 된 국민공천제 TF의 연장선상에 놓겠다는 전략이다. 그러나 친박계는 “국민공천제 TF는 이미 물 건너갔으니 전혀 새로운 인물로 기구를 구성해야 한다”는 입장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새로 구성하는 기구에 양쪽 계파 인물을 최소 동수로 만들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양측은 협상 과정에서 친박계는 대통령 정무특보인 김재원 의원과 김태흠 의원 등을, 비박계는 권성동 전략기획본부장과 김성태 박민식 의원 등을 추천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통상 공천관련 기구 수장은 사무총장이 맡았던 관례대로 현 황진하 사무총장이 위원장을 맡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해졌다. 여권 관계자는 “황 사무총장이 일단 홍문표 제1사무부총장, 박종희 제2사무부총장, 전·현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 간사인 정문헌 이학재 의원 등 당연직 위주로 명단을 구성해 최고위 안건으로 올리고 나머지 위원들은 최고위서 결정토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여권 대충돌 초읽기=특별기구 구성을 통한 공천룰 전쟁이 초읽기에 들어가면서 여권 움직임도 심상치 않다. 일단 정치권은 박근혜 대통령의 ‘입’에 주목하고 있다. 김 대표는 지난 1일 현기환 청와대 정무수석에게 전화를 걸어 ‘휴전’을 제의한 상태지만 박 대통령이 민생과 동떨어진 정치권 공천 갈등을 에둘러 비판하며 김 대표를 압박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여권 고위관계자는 국민일보와 통화에서 “안심번호 국민공천제는 현역에 절대적으로 유리해 공천의 공정성과 개혁성에 어긋난다는 인식이 확고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다른 청와대 핵심 참모는 “노동개혁 등 현안에 대해 언급하고 공천문제에 대해선 말씀하시지 않을 것으로 본다”고 했다.
계파 간 집단행동 움직임도 감지된다. 새누리당 비박 재선의원들은 5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20대 총선 공천 관련 논의를 위한 긴급 회동을 갖고 입장을 발표하기로 했다. 이들은 전략공천을 반대하고 국민공천을 지켜내야 한다는 목소리를 낼 것으로 알려졌다. 한 재선 의원은 “공천 문제는 당내 사안인 만큼 청와대가 개입해서는 절대 안 된다는 게 중론”이라고 말했다.
쇄신파도 이달 중 모임을 갖고 지원사격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정병국 의원은 “청와대가 공개적으로 내년 총선 공천에 개입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지난번 ‘국회법 파동’과는 상황도 다르고 의원들이 절대 그냥 지나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웅빈 기자 imung@kmib.co.kr
공천룰 정할 당 특별기구, 여권 내분 뇌관되나
입력 2015-10-04 16:4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