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의석 증가 나쁘지 않다?” 野, 농어촌 지역구 축소 대응 미온적

입력 2015-10-04 16:11

새정치민주연합이 내년 4월 20대 총선의 선거구 획정과 관련, 농어촌 지역구 감소를 해소하는 문제에 대해 새누리당보다 미온적인 반응을 보이는 이유에 관심이 쏠린다.

새누리당은 비례대표 의석을 축소해서라도 농어촌 지역구를 최대한 살려야 한다는 입장인 반면 새정치연합은 비례대표 축소 불가론을 고수하고 있다. 농어촌 지역구 감소를 감수하고서라도 비례대표 의석만은 지켜내겠다는 것이다.

'영남=새누리당, 호남=새정치연합'으로 갈라진 지역주의를 해소하고 사표(死票)를 방지하려면 권역별 비례대표제가 필요하고, 이를 위해 농어촌 지역구 감소는 불가피한 '출혈'일 수 있다는 것이 문재인 대표를 비롯한 새정치연합의 대체적인 인식인 셈이다.

그러나 새정치연합이 비례대표 감소 불가 원칙을 고수하는 것은 이미 표 계산을 끝냈기 때문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영호남 각각 비슷한 수준에서 농어촌 지역구가 감소한다고 가정할 때 줄어든 의석의 대부분은 수도권 지역구 증가로 이어질 공산이 큰데 수도권의 표 대결이 야당에 불리하다고 볼 수 없다는 것이다. 지역감정의 영향을 덜 받는 수도권 싸움이 늘어나는 것이 더 유리할 수 있다는 뜻이다.

또 권역별 비례대표제는 상대적으로 새정치연합을 비롯한 야권 전체가 더 큰 혜택을 보는 제도라는 판단도 감안됐다는 분석이다.

2012년 19대 총선 득표율에 기반한 선관위 시뮬레이션에 따르면 지역구 200석, 연동형 권역별 비례대표 100석을 적용할 때 새누리당은 141석을 얻어 실제 의석수 152석보다 줄어드는 것은 물론 과반 의석마저 무너진다.

문재인 대표는 주변 인사들에게 "야당이 좋은 사람을 모셔오기 대단히 어려운데 비례대표나 전략공천이 있어야 그나마 그것이 가능하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새누리당이 연동형 권역별 비례대표제를 수용할 가능성이 희박해 새정치연합 내에서도 제3의 대안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꾸준히 나온다.

석패율제가 대표적이다. 석패율제는 권역별로 지역구 출마자가 비례대표 후보로도 등록하도록 함으로써 지역구에서 낙선하더라도 해당 권역의 낙선자 중 최고 득표율을 얻는다면 비례대표로 당선되게 하는 제도다. 권역별 비례대표제만큼은 아니더라도 불모지에서 자당 당선자를 배출하는 효과가 있다.

새정치연합에서는 주승용 전병헌 최고위원이 석패율제를 대안으로 제시하고, 문 대표도 지난 7월 심상정 정의당 대표를 만나 "권역별 비례대표제가 가장 이상적이지만 차선의 제도로 석패율제를 도입하는 논의도 했다"고 밝힌 바 있다.

박지원 전 원내대표는 비례대표를 축소하더라도 농어촌 지역구를 살려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런 가운데 지역구 조정 대상인 호남 의원 사이에서는 '호남 홀대론'을 점화시킬 조짐이 있다.

특히 이들은 호남 내 반노(반노무현) 정서가 적지 않다고 주장하면서 자칫 호남 농어촌지역구 문제가 친노(친노무현) 대 반노의 대립으로 번질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일부 최고위원은 호남 홀대론이 불거질 경우 수도권의 호남향우회 등으로 불똥이 튀면서 총선의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고 우려하면서 문 대표에게 권역별 비례대표제에 너무 매달리지 말라고 했다는 후문이다.

호남권 한 의원은 "문 대표가 비례대표에 얽매이는 것은 차기 대권을 노리고 비례대표를 많이 배치하려는 것 아닌가 의심이 든다"며 "새정치연합 60년의 뿌리는 호남인데 호남이라는 뿌리를 팽개치는 것은 옳지 않다"고 불만을 표시했다.



김영석 기자 ys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