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타임스 테러 기사 1건 쓰면 테러 15% 늘어 - 가디언 보도

입력 2015-10-04 14:25
오리건 총기난사범 크리스 하퍼 머서. 마이스페이스

미국 오리건 주 대학 총기난사 사건으로 미디어와 테러의 상관성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총기난사범 크리스 하퍼 머서(26)는 범행 전 블로그에 “외롭고 알려지지 않은 많은 사람이 (다른 사람의) 피를 약간만 쏟아내도 전 세계는 그들이 누군지 알게 된다. 그들의 얼굴이 모든 방송 화면에 대문짝만하게 나온다”라는 글을 올렸다.

4일 영국 일간 가디언에 따르면 콜롬비아 EAFIT 대학의 마이클 지터 교수와 독일 노동시장연구소가 1970년부터 2012년까지 미국 뉴욕타임스(NYT)에 보도된 테러 공격에 관한 기사 6만여 건을 분석한 결과 테러 관련 보도가 많아질수록 그 직후 더 많은 테러 사건이 발생한다는 결론을 내렸다.

지터 교수는 신문 헤드라인을 장식한 테러 사건과 덜 비중 있게 보도된 테러 사건을 비교한 결과 최초 테러 사건의 기사 숫자와 후속 테러 사건의 횟수에는 분명한 상관관계가 있다고 밝혔다.

연구 결과 특정 국가에서 발생한 테러 공격에 관해 NYT가 기사 1건을 추가로 쓰면 같은 나라에서 뒤따라 발생한 비슷한 테러 공격의 수는 11∼15% 늘어났다.

사망자 수에 초점을 맞추면 테러 기사를 1건 더 쓸 경우 일주일 내에 또 다른 테러가 일어나 1~2명의 사망자가 추가로 발생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특히 미디어와 인터넷이 급속도로 발전한 최근 15년 사이에 테러 사건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추세라는 사실도 확인됐다.

글로벌 테러리즘 데이터베이스에 따르면 연간 테러 발생건수는 1998년 1395건에서 2012년 8441건으로 6배 이상 급증했다.

테러 공격에 따른 사망자 수도 3387명에서 1만5396명으로 껑충 뛰었다.

이는 ‘이슬람국가(IS)’ 같은 테러단체들이 인터넷을 통해 참수 등 잔인한 동영상과 선동적인 메시지를 퍼뜨리는 등 뉴미디어를 적극 활용한 탓이기도 하다.

지터 교수는 “테러조직이 과도한 미디어의 주목을 받고 있다”며 “이번 연구는 테러리즘에 관한 선정주의적 보도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고 테러리스트에게 공짜로 미디어 수단을 제공하는 일을 멈춰야 할 필요가 있다는 사실을 시사한다”고 밝혔다.

오리건 총기난사 사건 관할 경찰서장인 존 핸린도 취재진에 “(범인을) 미화하거나 그에 대한 선정적인 보도를 만들어내지 말라. 그는 그런 대접을 받을 자격이 전혀 없는 사람”이라고 말했다.

김의구 기자 eg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