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틴 스코세이지 감독의 '비열한 거리'·'택시 드라이버', 쿠엔틴 타란티노의 '저수지의 개들'·'펄프 픽션', 리들리 스콧의 '결투자들'·'델마와 루이스', 웨인 왕의 '스모크'. 할리우드 배우 하비 케이틀(76)이 출연한 작품들이다.
작년 국내에서 흥행에 성공한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 이번에 제20회 부산국제영화제에 초청받은 '유스'까지 칠순을 훌쩍 넘긴 나이에도 왕성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케이틀은 2일 오후 해운대구 동서대 센텀캠퍼스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 이어 3일 오픈토크에 참가했다. 연기란 삶의 경험으로 쌓아간다거나 영화란 관객 개개인과의 소통으로 완성되는 이야기라거나 자신만의 철학을 펼쳐놓았다.
그는 “영화제에 온 것은 이 이야기를 관객과 공유하려고, 그리고 관객의 이야기를 들으려고 하는 것입니다. 저는 이곳에서 '유스'를 본 모든 사람을 만나 그들의 경험과 제 경험을 나누고 싶어요. 이것이 사람들이 서로 이해하는 방법일 것입니다."라고 했다.
파올로 소렌티노 감독이 연출한 '유스'는 은퇴한 지휘자와 노장 영화감독이 말하는 '나이 듦'에 관한 이야기다. 은퇴한 세계적 지휘자 프레드는 오랜 친구인 영화감독 믹과 알프스에서 휴가를 보내면서 젊은 시절을 회상한다. 그런 가운데 영국 왕실이 프레드에게 공식 행사에서 연주를 요청하지만, 프레드는 거절한다.
'원로배우'의 나이가 된 케이틀 자신에 대한 생각은 어떨까. “제가 지금 인생에서 겪는 단계는 모두가 경험하게 되는 단계입니다. 자신이 현재 인생의 어떤 단계에 있거나 상관없이, 그 단계에서 취할 수 있는 것들을 최대한으로 취하는 것이 인생입니다. 이런 말을 하면서도 슬프기는 하네요.”
이어 “나는 남한에 왔습니다. 그리고 나에게는 뉴스에서 본 북한과 한국전쟁의 이미지가 있죠. 내가 이렇게 한국에 와서 한국 사람들을 만나고 이전에 가진 이미지를 극복해 나가는 것이 바로 경험입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배우가 되지 않았더라면 어떤 인생을 살았을 것 같은지 물음에 "그에 답하려면 책 한 권을 써야 할 것"이라며 웃었다. 어떤 수식어를 단 배우로 남고 싶은지 물음에도 "그런 건 없지만, 절대로 불리고 싶지 않은 수식어는 있다"고 재치 있게 답했다.
이광형 문화전문기자 ghlee@kmib.co.kr
할리우드 배우 하비 케이틀 ‘유스’로 부산영화제 찾아 “영화와 연기란 경험을 나누는 일”
입력 2015-10-03 20:4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