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시장 선거, 명문가 출신과 무슬림 이민자 가정 40대 ‘격돌’

입력 2015-10-02 21:29
부유한 명문가 출신의 보수당 의원과 파키스탄계 이민자 가정 출신의 노동당 의원이 내년 5월 치러질 런던시장 선거에서 맞붙게 됐다.

보수당은 2일(현지시간) 환경잡지 편집장을 지낸 잭 골드스미스 의원(40)을 런던시장에 도전할 보수당 후보로 지명됐다.

그는 지명 선거에서 9227명이 투표한 가운데 압도적인 70.6%(6514표)를 득표해 3명의 다른 후보들을 가볍게 물리쳤다.

보수당은 런던에 사는 18세 이상이면 1파운드를 내면 누구나 선거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하는 오픈 프라이머리를 통해 런던시장 후보를 선출했다.

앞서 노동당은 지난달 11일 사디크 칸(44) 의원을 선거를 통해 런던 시장 후보로 지명했다.

이에 따라 런던 시장 선거전은 명문가 일원인 골드스미스와 무슬림 이민자 가정 출신의 칸의 대결 구도가 형성됐다.

독일계 유대인 명문 골드스미스 가문의 일원인 금융재력가의 아들로 태어난 골드스미스 의원은 대마초를 소지해 명문 이튼칼리지를 중퇴했지만, 전형적인 엘리트 코스를 밟았다.

사회에 나와 1998~2007년 삼촌인 발행인으로 있는 환경전문잡지 ‘이콜로지스트’의 편집인으로 활동하며 환경문제에 대한 글을 쓰고 환경운동을 펼쳤다.

데이비드 캐머런 총리가 야당 당수 시절인 2006년 뽑은 전도유망한 의원 후보군에 이름을 올린 뒤 2010년 하원 선거에 출마해 당선됐다.

이에 비해 칸 의원은 노동당 내 잘 나가는 이민자 가정 출신의 인재 가운데 한 명이다.

파키스탄계 버스기사인 부친과 재봉사로 일하는 모친 사이에서 태어난 전형적인 이민자 가정 출신이다.

런던의 한 지역 단체장을 지낸 뒤 2005년 총선에서 당선돼 중앙 정치 무대에 입문했고, 2008년 당시 고든 브라운 총리 시절 지자체담당 차관에 임명돼 역대 파키스탄계 정치인으로는 두 번째로 영국 내각에 참여하는 기록을 세웠다.

이후 노동당 예비내각에서 법무장관과 재무장관을 맡으며 입지를 굳혔다.

두 후보 모두 런던의 최대 문제인 주택부족과 집값 급등 해결을 약속하고 있다.

골드스미스는 주택 품질 개선은 전체적으로는 “거대하고 소외감이 드는 고층 빌딩이 아니라 높지 않으면서도 잘 짜여진 주택을 의미한다”며 환경을 강조한 주택문제 해결 접근을 주장했다.

전통주택을 보전하고 고층빌딩을 억제해야 한다고 주장해온 영향력 있는 압력단체 ‘크리에이트 스트리츠’의 지지자이기도 하다.

칸 의원은 골드스미스를 향해 “보수당 정부의 주택법을 지지한다면 런던 주택부족을 악화하는 것”이라며 보수당의 주택정책 실패를 파고들고 있다.

런던 시장 선거는 노동당의 신임 당수 제러미 코빈의 지도력을 시험하는 첫 무대이기도 해 더욱 관심을 끌 전망이다.

런던시장을 재임한 보수당의 현 보리슨 존슨 런던 시장은 3연임 도전에 나서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종선 기자 remembe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