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완종 리스트’ 수사로 기소된 이완구(65) 전 국무총리가 2일 법정 피고인석에 섰다. 지난 5월 검찰 조사 이후 두문불출한 지 140일 만이다. 법정에서는 금품 전달 시점으로 지목된 2013년 4월 4일 이 전 총리의 충남 부여 선거사무소로 가던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 비서진의 카카오톡 단체 대화방 내용이 공개됐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부장판사 장준현) 심리로 열린 첫 공판에서 이 전 총리는 “명예와 자존심에 상처받은 40년 공직자로서 심경을 말씀드리고자 한다”며 모두발언을 자청했다. 그는 “지난 3월 해외자원개발 투자에 대한 총리 담화 등이 때마침 검찰의 자원개발 수사와 맞물렸다”며 “정치권 인사에게 구명(救命)하던 고인(성 전 회장)이 저의 원칙적 답변에 섭섭함을 가지지 않았나 짐작한다”고 말했다.
수사 초기 금품 전달 수단으로 알려졌던 ‘비타500’ 상자에 대해선 “고인의 비서진 인터뷰 등으로 국민이 이를 사실로 믿고 패러디까지 등장했지만 ‘비타500’은 수사기록에도 없었다”고 항변했다.
법정에서 공개된 성 전 회장 비서진의 카카오톡 대화방 내용은 성 전 회장이 그날 이 전 총리의 부여사무소로 향하는 과정이 담겨 있었다. 수행비서 금모씨는 이용기 전 비서실장 등 비서진 9명이 있는 대화방에 ‘(성 전 회장과 함께) 회사에서 출발’ ‘이완구 후보 선거사무소에 연락해 오후 4시쯤 도착한다고 전달바랍니다’라는 메시지를 남겼다. 이어 오후 4시쯤 ‘부여사무소 거의 도착’, 오후 5시쯤 ‘서울로 출발’이라고 했다.
변호인 측은 “이 내용이 사실이라 해도 두 사람이 실제 만났다는 구체적 내용은 없다”고 반박했다. 이 전 총리는 ‘(2013년 4월 4일) 성 전 회장과 만난 기억이 없다’며 혐의를 부인해왔다.
양민철 기자 listen@kmib.co.kr
이완구 칩거 깨고 재판출석, 혐의 부인
입력 2015-10-02 20:4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