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인들의 올림픽’ 2015 경북 문경 세계군인체육대회가 개막 팡파르를 울렸다. 문경 세계군인체육대회는 2일 오후 국군체육부대 주경기장에서 화려한 개회식을 시작으로 10일간의 ‘총성 없는 전쟁’에 돌입했다. ‘The One, 하나 됨’이라는 기치를 내건 이번 대회는 117개국에서 7045명이 참가했다. 역대 최대 규모다. 전 세계 단 하나뿐인 분단국가에서 치러지는 첫 대회라는 점에서도 의미가 크다.
개회식 전 의장대 시범공연과 블랙이글쇼로 달궈진 주경기장의 열기는 참가 선수들이 자기 나라의 정복을 입고 입장하자 극에 달했다. 군복 패션쇼를 방불케 했다. 한국은 마지막인 117번째로 입장했다. 진녹색 상하의 군복을 입고 거수경례를 하며 들어오는 모습에 주경기장을 가득 채운 2만4000여명의 관중들은 함성과 박수로 화답했다. 박근혜 대통령은 “세계 군인들이 우정을 나누고 평화를 나누는 스포츠 축제가 되길 바란다”며 개회를 선언했다.
하이라이트인 개회식 주제공연은 우정, 평화를 상징하는 각기 다른 두 개의 불이 융합돼 하나가 되는 이야기를 담았다. 경주 토함산에서 채화된 ‘우정의 불’과 비무장지대(DMZ)를 달린 ‘평화의 불’이 모아져 ‘화합의 불’이 되고, 그 불이 빛이 되는 내용으로 ‘하나 됨’을 상징했다. 퍼포먼스 중간에 펼쳐진 줄다리기 공연은 전 세계 선수단이 즉흥적으로 참여해 그 의미를 더했다. 2002년 한·일 월드컵 축구 개막행사를 담당했던 손진책 연출가가 총감독을 맡았고 국방부 의장대·군악대, 1·2·3군 의장대, 특전사 1여단, 26사단 등 대한민국 국군이 주축이 됐다. 관심을 모았던 성화 점화는 ‘제2연평해전의 영웅’ 이희완 소령이 맡았다. 2002년 제2연평해전 당시 참수리 357정 부정장이었던 이 소령은 북한군과의 교전 끝에 한쪽 다리를 잃었다. 성화는 마지막 주자였던 축구대표팀 이정협 병장에서 이 소령에게 전달됐고, 이 소령 손에서 떠난 화합의 불은 문경의 하늘을 밝혔다.
성화 점화 후엔 대회 조직위원회가 야심 차게 준비한 ‘솔져댄스’가 선보였다. 개회식에 참가한 선수 전원이 이 춤을 따라하는 장관이 연출됐다. 솔져댄스는 이번 대회를 위해 만든 춤으로 360도 경례, 팔 들기, 뜀뛰기 동작 등 군인의 절도 있는 모습을 개성 있게 표현했다. 누구나 쉽게 같이 할 수 있도록 만들어진 안무가 특징이다. 민요 ‘쾌지나칭칭나네’의 후렴구가 들어가 흥겨움을 더했다. 피날레는 개최지의 전통음악인 문경아리랑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신(新)문경아리랑’이 장식했다.
이번 대회는 문경을 비롯한 8개 시·군 30개 경기장에서 축구, 농구, 육상, 수영 등 일반종목 19개와 육·해·공군 5종, 오리엔티어링, 고공강하 5개 등 총 24개 종목이 진행된다. 한국은 전체 금메달 253개 중 25개 이상을 획득해 종합 3위에 오른다는 목표를 세웠다.
문경=황인호 기자 inhovator@kmib.co.kr
문경 세계군인체육대회 개막… 분단 아픔 간직한 한반도에서 하나 된 군인들
입력 2015-10-02 20:4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