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의 밤바다, 돗자리 부대가 나타났다! [20회 BIFF-비하인드]

입력 2015-10-02 18:15

벌써 20년째입니다. 우여곡절이 많았죠. 정치적 외압이다 예산 삭감이다, 이번에는 특히 불안했습니다. 그러나 성년이 된 부산국제영화제(BIFF)는 단단하게 제자리를 지켰습니다. 지난 1일 개막식을 시작으로 활기찬 축제의 문을 열었습니다.

개막식은 1일 저녁 부산 영화의 전당에서 진행됐습니다. 레드카펫 행사와 본식에 이어 개막작 ‘주바안’이 상영됐죠. 영화가 끝난 오후 10시쯤이 돼서야 떠들썩했던 첫 날 일정이 마무리됐습니다. 관객들은 왁자지껄 이야기를 나누면서 하나둘 자리를 떠났습니다.

썰물처럼 빠져나가는 귀가 행렬을 뒤따르다 어떤 광경에 시선이 꽂혔어요. 매표소 앞을 지나던 중 발길을 멈췄습니다. 이날 예매는 모두 종료된 상황. 깜깜하게 닫힌 매표소 앞에 사람들이 여럿 있었습니다.

십여명쯤 돼 보이는 관객 여러 무리가 돗자리를 깔고 앉아있었습니다. 두꺼운 패딩까지 챙겨입고 말이죠. 밤을 새려 단단히 준비를 하고 온 모양입니다. 다음날 아침 시작되는 티켓 예매를 성공하기 위해서였겠죠.


영화의 전당에서만이 아니었습니다. 해운대 해변에 위치한 비프 빌리지에서도 돗자리 부대를 만났습니다. 비프 빌리지는 주로 배우나 감독들이 참여한 오픈토크 행사가 이뤄지는 장소인데요. 팬들의 열정은 쌀쌀한 밤바다 바람에도 끄떡없었습니다.

1~10일 부산 센텀시티와 해운대, 남포동 일대에서 다양한 행사가 영화 팬들을 기다립니다. 75개국에서 초청된 304편의 영화도 만나볼 수 있습니다. 영화를 사랑하는 이들에게는 열흘간 꿈같은 매일이 펼쳐지겠죠. 올해도 변함없이 우리를 맞아준 BIFF, 그리고 해운대 바다가 반갑습니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