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당 창건 기념일 코앞인데… 北 장거리미사일 뜸 들이기 왜

입력 2015-10-02 17:14

북한의 장거리 미사일 발사가 당초 전망과 달리 장기간 연기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노동당 창건 70주년(10일)이 1주일 앞으로 다가왔지만 과거와 달리 어떤 준비정황도 드러나지 않고 있어서다. 준비가 미흡한 게 아니냐는 관측과 함께 북한당국이 국제적 비판여론을 의식해 발사시점을 저울질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국방부 관계자는 2일 “북한의 로켓(장거리 미사일) 발사가 임박했다는 징후가 발견되지 않았다”며 “예단하긴 어렵지만 10일 이전에 발사하는 것은 어려울 수 있다”고 말했다. 과거 사례를 볼 때 미사일 발사를 위해서는 연료주입 및 발사대 이동 등으로 통상 7~10일 정도의 준비기간이 필요하다. 하지만 이런 움직임이 현재 전혀 포착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북한은 국제해사기구(IMO)와 국제민간항공기구(ICAO) 등에도 아직 아무런 통보를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장거리 미사일이나 로켓을 발사할 경우 공해상의 민간 선박 및 항공기 안전을 위해 예상궤도 등을 두 기구에 사전 통보하는 게 일반적이다. 국방부 관계자는 평양 무기공장에서 동창리 미사일 발사장으로 화물열차의 이동이 포착됐다는 일본 아사히신문의 보도에 대해서도 “장거리 미사일 발사 준비와 연결할 것은 아닌 것 같다”고 잘라 말했다.

이를 두고 북한이 2012년 외신기자들 앞에서 ‘은하 3호’를 발사했다가 실패했던 경험을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준비에 심혈을 기울이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북한은 당시 8개월 뒤 은하 3호를 재발사하는 등 체면을 구겼다. 현광일 북한 우주개발국(NADA) 과학개발국장은 지난달 23일 외신 인터뷰에서 “로켓 발사 자체는 매우 어렵고 까다로운 절차”라며 “이런 중요한 과학적 성과는 어떤 특정한 날에 수행될 수 있는 것이 아니다”고 했다. 준비가 ‘미완’임을 암시한 것이다.

미·중과 유엔 등 국제사회가 추가 제재를 강력히 경고하면서 북한이 계획을 연기했을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성급하게 미사일을 발사했다가 국제적 역풍을 맞으면 노동당 창건 70주년 행사의 의미가 퇴색되는 걸 우려한다는 것이다. 우선 행사만 성대하게 치른 뒤 훗날 미사일 발사 계획을 실행하려는 복안일 수 있다. 이 경우 북한은 늦어도 올해 안에는 계획을 실행에 옮길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장용석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선임연구원은 “북한의 미사일 발사 의지는 어느 때보다 매우 강하다. 오는 12월17일 김정일 4주기 등 다른 기념일을 택할 가능성도 있다”고 내다봤다.

강준구 기자 eye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