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모(76·경기도 성남시) 할머니는 최근 건강검진에서 마른하늘의 날벼락과 같은 평가를 받았다. 대장 용종에서 떼어낸 세포조직이 암으로 판정됐다는 것이다.
여러 진료실을 돌며 수술 전 평가를 받은 김 할머니는 ‘저 위험군’으로 판정되어 결국 수술을 받기로 했다. 하지만 김 할머니는 요즘 밤잠을 못잘 정도로 걱정이 많다. 수술 후 합병증은 생기지 않을지, 오래 입원하게 되지는 않을지, 수술 후에 일상생활은 잘 할 수 있을지 몰라서다.
암 진단을 받고도 선뜻 수술을 선택하기가 쉽지 않아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해 고민하는 고령 노인들이 적지 않다. 젊은 층에 비해 합병증이나 후유증 발생 확률이 높고 입원기간이 긴데다, 집으로 퇴원하지 못하고 요양 병원에서 추가적인 치료를 받아야 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반대로, 신체적으로는 건강함에도 불구하고 단지 나이가 많다는 이유로 수술을 지레 포기하는 바람에 완치될 수 있는 기회를 잃는 경우도 있다.
고령 환자의 경우 수술 후 합병증 발생 확률이 상대적으로 낮은 저 위험군에서도 예상하지 못한 합병증이 발생할 수 있고, 수술 전 기능을 회복하지 못할 가능성도 있다. 그래서 고령 환자의 수술 후 예후를 객관적으로 예측하는 것은 매우 어렵지만 그만큼 중요한 일이다.
분당서울대병원 노인병내과와 일반외과는 이렇게 어려움을 겪는 노인 암 환자들을 위해 2014년 노인 수술환자의 예후를 예측하는 도구를 개발해 김 할머니와 같은 고령 암 환자가 수술 받는 게 좋은지 여부를 판단하는데 큰 도움을 주고 있다.
이 병원 노인병내과 김선욱(사진 오른쪽) 임상강사, 김광일(사진 왼쪽) 교수 연구팀은 지난 2011년 10월부터 2014년 5월까지 저 위험군으로 분류된 여성 노인 수술 환자 281명을 대상으로 노쇠 건강평가를 시행한 다음 건강상태를 추적 관찰했다. 그 결과 노쇠 점수가 높을수록 수술 후 합병증이 빈번했으며, 재원일수가 길어지고 수술 후 요양병원 입원률 역시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수술 전 노쇠 건강평가는 동반 질환, 일상생활 능력, 정신기능, 영양상태 등 노인의 건강 상태를 다면적 · 포괄적으로 평가할 수 있도록 구성했다.
조사결과 이 평가 항목에 따라 ‘노쇠 노인(7점 이상)’으로 분류된 환자는 ‘건강 노인(0~6점)’에 속한 환자에 비해 수술 후 합병증이 발생할 확률이 1.7배 이상 높은 것으로 집계됐다.
또 ‘노쇠 노인’은 수술 후 집이 아닌 요양시설로 다시 입원할 가능성이 1.5배 이상 높았다. 수술 후 병원 입원기간 역시 ‘건강 노인’은 8일 정도에 그쳤으나 ‘노쇠 노인’은 14일로 배 가까이 긴 것으로 조사됐다.
연구결과는 외과학 분야 국제 학술지 ‘저널 오브 더 아메리칸 콜리그 오브 서전스’(JACS) 9월호에 게재됐다.
이기수 의학전문기자 ksle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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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5-10-02 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