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라야마 “55년전 시위는 동원이었지만 지금은 자발적”

입력 2015-10-01 23:22 수정 2015-10-01 23:26
국민일보 DB

일본 진보 진영의 거목인 무라야마 도미이치(91·村山富市) 전 총리가 1일 도쿄 지요다구 히비야 공회당에서 열린 아사누마 이네지로 전 사회당 위원장의 55주기 추도행사에 참석해 아베 정권의 집단자위권법(안보법) 강행처리를 비판하고 시민사회의 저항 등에 대한 소회를 밝혔다.

무라야마 전 총리는 아베 정권의 안보법 강행 처리에 대해 “이런 국회는 처음 보았다”며 강하게 비판했다. “일본의 대다수 헌법학자가 위헌이라고 하는 법안을 법을 존중해야 할 국회의원들이 논의하는 것은 ‘헌법위반 국회’”라고도 꼬집었다.

무라야마 전 총리는 또 “1960년 안보 투쟁때 모인 사람은 노조나 전학련(전국학생총연맹) 등에 동원됐지만 이번 시위 참가자들은 자발적으로 나섰다.”면서 안보법 반대 운동의 의의를 높이 평가했다. “(안보 법 반대 시위대가) 비가 오는 중에도 모여서 목소리를 냈다”고 강조한 뒤 “‘실즈(안보법안 반대 대학생 단체)’가 현재의 국회 상황을 보며 호소했고, 그에 감동한 사람들이 침묵할 수 없다면서 나선 것 아닌가”라고 덧붙였다.

행사장인 히비야 공회당은 1960년 10월 12일 아사누마 위원장이 방송사 주최 여야 당수 연설회장에서 17세 우익 소년의 칼에 암살된 곳이다. 1960년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 외조부인 기시 노부스케(岸信介) 당시 총리가 주도한 미일 안보조약 개정과 그에 반대했던 아사누마 위원장의 피살, 그리고 2015년 아베 정권이 강행한 집단 자위권 법제화와 그에 반대해온 대학생 단체 리더에 대한 살해 협박 등이 마치 역사의 반복처럼 느껴지는 상황이지만 두 시대를 모두 겪은 노(老)정객은 희망을 얘기했다.

무라야마 전 총리는 이어 “이런 폭거(안보 법 강행처리)는 이번으로 끝내야 한다”며 “주인의 손으로 바꾼다는 생각을 한다면 일본 정치는 바뀐다”고 강조했다. 또 “전쟁을 하지 않은 지난 70년의 경험을 소중히 여기며, 어떤 일이 있어도 전쟁을 하지 않는다는 마음으로 힘을 내자”고 말해 큰 박수를 받았다.

정건희 기자 moderat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