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대남정책 전반을 관장하는 김양건(73) 노동당 비서 겸 통일전선부장이 '8·25 합의' 이후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을 수행하는 횟수가 부쩍 늘어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특히 그의 담당 업무인 대남 및 통일 정책과 무관해 보이는 자리에도 모습을 나타내 8·25 합의를 계기로 김정은 제1위원장의 전폭적인 신임을 받는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1일 북한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김양건 당비서는 김정은 제1위원장을 수행해 최근 시설 확장공사를 마친 정성제약종합공장을 둘러봤다. 김양건 비서의 업무와는 관련성이 없는 현지지도 행사를 수행한 것이다.
이러한 김양건 비서의 '광폭 행보'는 '8·25 합의' 이후 두드러진다.
그는 지난달 이후 공개된 김정은 제1위원장의 공식활동 아홉 차례 중 여섯 차례 나 김정은 제1위원장을 수행했다.
이 중 외교 업무인 쿠바 대표단을 접견한 것을 제외하면 평양 강냉이 공장과 백화점인 창광상점 시찰, 청년중앙예술선전대 공연관람 등은 모두 김양건 비서의 담당업무와는 관련성이 거의 없는 업무다.
이에 대해 북한 전문가들은 김정은 제1위원장이 김양건 비서를 대남 및 외교 업무에 대해 조언을 받을 수 있는 '외교 브레인'으로 신뢰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김 비서는 지난 8월 북한의 지뢰도발로 남북이 교전 직전까지 치달았던 상황에서 '김정은식 화전양면 전술'을 구사하며 한반도에 대화 분위기를 이끌어내며 자신의 존재감을 다시 한번 드러냈다.
여기에 김정은 제1위원장이 남북 합의 이후 급박하게 진행되는 국제 정세를 이해하고 대응 전략을 세우려면 김양건 비서와 같은 '외교 베테랑'을 가까운 거리에 둘 필요가 있다.
8·25 합의 이후 한중, 미중 정상회담은 물론 유엔 총회가 잇달아 열리면서 각국 정상들이 북핵 포기를 촉구하는 발언을 쏟아내며 북한을 압박하는 것도 외교 경험이 없는 김정은 제1위원장에게는 관록과 경험을 갖춘 참모가 절실한 이유다.
김양건 비서는 8월 남북 고위급 접촉 전에 노동당 정치국 후보위원에서 위원으로 승진하며 이 같은 분석을 방증했다. 노동당 정치국은 노동당의 노선과 정책, 주요 인사 등을 결정하는 권력 기구다.
김용현 동국대 교수는 "김정은 제1위원장이 8·25 합의 이후 빠르게 돌아가는 국제 정세 속에서 대남뿐 아니라 대외정책 전반을 지휘해온 김양건 당비서의 풍부한 경험과 전략자로서의 역할을 기대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영석 기자 yskim@kmib.co.kr
“외교 베테랑 北 김양건, 김정은 수행 잦아졌다”
입력 2015-10-01 17: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