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 김무성 대표가 1일 당 최고위원회의와 박근혜 대통령이 참석하는 ‘국군의 날’ 행사 등 공식 일정을 모두 취소했다. 여권 내부에선 당장 “청와대와 친박(친박근혜)계를 향한 노골적인 불만 표시” “공천룰 본선 싸움을 앞두고 벌인 신경전” 등 갖가지 해석이 나왔다. 김 대표는 “몸이 아파서 그랬다. 의미를 두지 말라”고 했지만 ‘전략공천 불가론 흔들기’에 대한 불쾌한 심정은 숨기지 않았다. 이번만큼은 절대 물러설 수 없다는 강경기조여서 계파 간 전면전이 본격화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김 대표는 오전 늦게까지 자택에서 머물다 국회 의원회관 집무실로 향하던 중 기자들과 만나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와의 ‘추석연휴 회동’ 경위를 설명했다. 그는 “하도 답답하니까 이것까지 밝힌다”며 청와대에 회동에 대해 사전·사후 관련 내용을 전달한 사실을 상세히 밝혔다. 청와대와 친박계가 “독단적 행보” “절차상 문제” 등을 언급하며 자신을 비판한 데 대한 반격 차원이었다. 그는 의원회관 복도에서 서서 이례적으로 20여분 간 ‘간이’ 기자간담회를 가졌다.
김 대표는 안심번호 국민공천제에 대해 “연구를 해보면 유권자의 표심을 가장 정확하게 반영할 수 있는 최상의 방법”이라며 많은 시간을 할애해 설명했다. 이어 “일부러 나를 비판하고 공격하기 위해 청와대와 친박계에서 자꾸 왜곡되고 틀린 주장을 하고 있어 참 기가 막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공개석상에서 청와대와 친박계를 직접 지목해 불만을 표출한 것이다. 지난해 7월 당 대표 취임 이후 1년여 간 공식석상에서 ‘당과 청와대는 한 몸’이라고 강조했던 것과는 180도 달라진 자세다.
김 대표는 전날 청와대 핵심관계자의 비판 발언 이후 청와대 측과 대화를 나눴느냐는 질문에 “평소에는 청와대와 자주 통화하는데 이런 일이 생기면 통화가 잘 안된다. 내가 또 안 하게 되고…”라며 경고성 발언을 하기도 했다. 서청원 최고위원 등 친박계가 오픈프라이머리(완전국민경선제) 철회에 대한 입장 표명을 요구한 것과 관련해서도 “보수혁신특별위원회가 안을 만들었고 의원총회에서 수차례 토론한 결과 당론으로 채택된 것”이라며 “정치개혁 중의 (최고)개혁을 관철하기 위해 당 대표가 노력하겠다는 차원에서 정치생명 걸겠다고 한 게 잘못됐느냐”고 반문했다. 사과나 해명할 뜻이 없음을 분명히 한 것이자, 계파 간 공천방식 전면전을 앞두고 한껏 전투력을 높인 모양새다.
자신의 전략공천 불가론에 대해서는 “제가 당해봐서 안다. 당 대표로서 저는 전혀 생각이 없다”고 재차 강조했다. 그는 “전날 의총에서 ‘국민이 국회의원 물갈이를 원한다면 어떻게 하겠느냐’는 질문이 있었다”며 “해당 의원에게 ‘당신이 물갈이 대상이 되면 어떡하겠느냐’고 반박하자 아무 말도 못했다”고도 했다. 이번 갈등이 사실상 전략공천 도입 여부에 있음을 시사한 것이다.
김 대표는 공천방식 논의를 위한 당 특위 논의 대상에 전략공천이 포함되는 건 막지 않겠다고 했다. 그러나 “전날 의총에서 내린 결론은 공천권을 국민께 돌려드린다는 기준은 변함이 없다는 것”이라며 “새로 구성될 기구에서 설사 (전략공천이) 정해진다 해도 의총에선 통과가 안 될 것”이라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그는 다만 최고위 불참 이유에 대해 “감기가 재발한 것 같고, 몸이 찌뿌듯해서 늦잠을 잤다”며 “그래서 회의에 안 가겠다고 통보했고 다른 의미는 없다”고 했다. 국군의 날 행사 불참도 “본래 가지 않기로 돼 있었다”고 했다. 김 대표 측근도 “최근 컨디션이 너무 좋지 않다”며 “일정 취소가 (청와대와 기 싸움을 하려는) 시나리오는 절대 아니다”고 부연했다. 김 대표는 서 최고위원이 최고위원회의에서 날선 비판을 한 데 대해서도 “그 말을 나에게 전달하지 말라. 대응하지 않겠다”며 말을 아꼈다.
전웅빈 기자 imung@kmib.co.kr
전투력 높이는 김무성, 청와대와 친박 지목해 불만 표출
입력 2015-10-01 17: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