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제인 무스타파(16)는 최근 독일 입국에 ‘성공’한 수만명 시리아 난민 중 한 명이다. 하지만 누제인은 하반신을 쓸 수 없는 장애인이라는 점에서 특별하다. 그녀는 휠체어에 탄 채 4000마일(6400㎞)을 이동하면서도 희망과 용기를 잃지 않았다.
독일 도르트문트의 난민 캠프에 머물고 있는 누제인이 영국 BBC방송과 인터뷰 하는 등 영어를 익힌 데는 미국 TV드라마 ‘우리 삶의 나날들(Days of Our Lives)’ 덕분이었다. 그는 “고향 시리아의 코바니에서 매일 오전 8시에 빼놓지 않고 이 드라마를 봤다”고 말했다. 누제인은 다만 “자신이 좋아한 주역이 드라마에서 죽은 것이 마음이 들지 않는다”고 아쉬워했다.
이 인터뷰는 ‘라스트위크 투나이트’ 쇼를 진행하는 영국 코미디언 존 올리버의 눈길을 끌었다. 지난 주 올리버는 중동 난민 문제를 다룬 자신의 쇼에 누제인의 사연을 소개했다. 이어 특별히 새로 촬영한 ‘우리 삶의 나날들’의 한 장면이 방영됐다. 거기엔 누제인이 가장 좋아했지만 사망한 것으로 돼 있는 배우 제임스 스콧이 다시 살아나 등장했다.
스콧은 연인 새미와 재회하면서 “다시 살아나는 것은 그렇게 어렵지 않아. 뭐가 정말 어려운 줄 알아? 그것은 시리아에서 독일로 오는 것이야”라고 했다.
이후 스콧은 카메라를 정면으로 보면서 “코바니 출신의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대단한 16세 누제인 무스타파의 사연을 읽었어요. 그래요, 누제인 무스타파 말이에요.”라고 덧붙였다.
누제인은 인터넷에 “너무 감사하다. 이날은 행운의 날”이라고 감격해했다. 그러면서 “당신은 자신이 생각한 것보다 강하고 용감하다. 당신이 원하는 것을 위해 싸워라”라고 다른 난민들을 격려했다.
배병우 선임기자 bwbae@kmib.co.kr
휠체어 타고 희망 전한 시리아 소녀의 소원은?
입력 2015-10-01 17: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