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아라비아와 이란이 지난주 발생한 메카 순례객 압사사고로 사망한 이란인 희생자들을 가능한 빠른 시일 내에 송환하기로 1일(현지시간) 오전 합의했다.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이란 최고지도자가 사우디 당국의 부적절한 사고 대응을 질타하며 “강력하고 가혹한” 보복을 경고한 지 반나절 만이다. 참사 후 들끓던 ‘숙적’ 사우디와 이란의 신경전이 수면 아래로 가라앉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AFP 통신과 사우디 언론에 따르면 양측은 이번 참사로 희생된 이란인 최소 239명의 유해를 빠른 시일 내에 본국으로 송환하는 데 합의했다. 또 아직 생사가 확인되지 않은 241명의 이란인 실종자들에 대한 신원확인과 부상자 치료 등을 위해 접촉을 이어가기로 했다고 사우디 국영 SPA 통신은 전했다.
전날 이란 관영 프레스TV에 출연한 하메네이 이란 최고지도자는 “사우디는 부상한 순례자들을 보호해야 할 책임을 다하지 못했다”면서 “우리가 대응해야 한다면 그 대응은 강력하고도 가혹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란 외무부도 사우디 부대사를 불러 이란인 사망자와 실종자의 신원 확인과 송환이 조금이라도 지체되지 않아야 한다고 촉구했다. 더불어 하메네이는 이란을 포함한 이슬람 국가들이 압사사고 희생자 규모 등 사실 관계를 확인하는 위원회를 꾸려 압사 사고를 조사하자는 제안을 했다고 이란 외무부는 전했다.
이란의 공세에 사우디의 압델 알주바이르 외무장관은 “조사 결과가 나오면 모든 걸 공개하고 잘못이 있다면 관련자들에게 책임을 지울 것”이라면서도 이란이 이번 참사를 정치적으로 악용해 중동에 불안을 부채질한다고 비난했다. 사우디는 또 이란에 대한 대응으로 중화기를 싣고 예멘으로 향하던 이란 선박을 나포해 이란인 선원 14명을 붙잡았다고 CNN은 전했다.
정건희 기자 moderato@kmib.co.kr
이란-사우디, 메카참사 희생자 송환 합의…이란 최고지도자 사우디에 보복 경고한지 반나절 만
입력 2015-10-01 15:5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