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에 잡히는 책] 소모되는 남자

입력 2015-10-01 15:53

소모되는 남자/로이 F. 바우마이스터/시그마북스

“문화는 남성의 역할을 성취하고, 생산하며, 다른 이들을 부양하고, 필요하면 자신을 희생하는 것이라고 강요함으로써 결국 남성을 착취한다.”

“남성들은 비즈니스와 정치의 상위 계층을 지배한다. 하지만 여성보다 훨씬 많은 수의 남성들이 직무 도중 죽고, 투옥되며, 전투에 나가 사망한다.”

“많은 여성들이 자신이 속한 문화에서 착취당하고 희생양이 되었다… 하지만 남성 또한 착취당하기는 마찬가지다. 단지 우리가 여성이 사회에서 어떻게 착취당하는지 보는 것에 익숙해졌을지도 모른다.”

기존의 젠더 관련 논의들에서는 거의 들을 수 없었던 얘기들이다. 미국의 심리학자가 쓴 ‘소모되는 남자’는 반페미니즘의 입장에 선 것은 아니지만 젠더 논의가 배제해온 남성 착취라는 주제를 제기한다.

저자는 남성들이 자신들이 만들어낸 문화로부터 상당한 이점을 얻는다는 점을 인정함과 동시에 그로 인해 그들이 얼마나 고통 받는지도 함께 보여준다. 그는 남성지배라는 통념에 대해서도 의문을 표시한다. 최상위층 남자들이 남성지배 사회에서 이익을 보는 건 사실이지만 최하위층 남자들도 그러냐고 묻는다. 저자는 페미니즘의 역할을 인정하면서도 남녀를 갈등관계로 생각하게 만든다는 점은 치명적 부작용이라고 지적한다.

김남중 기자 nj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