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공습으로 더 꼬인 시리아 사태-미,러 충돌 우려 시리아서 긴급 군사회담 갖기로

입력 2015-10-01 15:59
러시아가 ‘이슬람국가(IS)’ 격퇴 명분으로 26년 만에 중동에서 군사작전을 감행하면서 미국과 러시아의 대립이 격화되고 있다. 시리아 사태의 해법을 놓고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지난달 28일(현지시간) 유엔에서 서로 상대를 노골적으로 비난한 직후 러시아의 공습이 이뤄졌다. 미국이 지난 1년간 시리아에서 공습을 주도하고 있는 상황에서 기습적으로 단행된 러시아의 독자적인 공습은 자칫 두 나라의 우발적인 군사 충돌을 낳을지도 모른다는 우려를 낳았다. 이에 존 케리 미 국무장관과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은 유엔에서 만나 충돌을 피하기 위한 방법을 논의하기 위해 시리아에서 긴급 군사회담을 갖기로 합의했다. 하지만 시리아 사태를 보는 양측의 시각과 이해관계는 전혀 달랐다.

◇미국은 러시아의 공습 의도를 의심=미국은 러시아의 공습 의도에 의구심을 표명했다. 러시아가 공습한 지역인 홈스는 IS가 아닌 반군 장악 지역이기 때문이다. 민간인 36명이 희생됐고, 미국 중앙정보국(CIA)이 훈련시킨 반군도 피해를 입었을 만큼 러시아의 공습이 정교하지 못했다는 것도 미국의 불만이다. 하지만 러시아는 IS가 소유한 기지와 창고 등을 공격했다며 아사드 정권과 싸우는 반군을 겨냥한 것이라는 미국 측의 주장을 반박했다. 전문가들은 러시아의 군사개입이 시리아 사태를 더 복잡하게 만들 것으로 보고 있다고 뉴욕타임스(NYT)는 전했다. 가장 우려스러운 시나리오는 미국과 러시아가 시리아 전선에서 직접 격돌하는 상황이다. 표면적으로 IS 격퇴라는 공통의 명분을 내걸고 있지만 공습과정에서 두 나라가 군사적으로 충돌해 사상자가 발생한다면 걷잡을 수 없는 사태로 확산될 가능성이 있다.

◇러시아가 시리아에 집착하는 이유=시리아가 러시아에 가지는 의미는 각별하다. 옛 소련권을 제외한 외국 유일의 러시아 군사기지가 시리아 타르투스 항에 있다. 러시아는 2005년 시리아가 소련 시절 무기 구매로 진 채무 134억 달러 가운데 98억 달러를 탕감해줬다. 러시아제 무기를 구매하는 조건이었다. 이후 러시아는 줄곧 시리아 무기 수입의 50% 이상을 담당하고 있다. 러시아는 시리아가 내전에 휩싸이고 나서도 비밀리에 아사드 정권에 지속적으로 무기를 공급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아사드 정권이 무너지고 서방이 지원하는 반군이 권력을 장악하면 러시아는 거대 무기 수출 시장 가운데 하나를 잃게 될 위험이 있다. 시리아는 중동 지역에서 러시아의 중요한 경제 협력 파트너이기도 하다. 러시아 에너지 기업들은 시리아 내전 발발 전 현지 석유·가스 개발, 석유화학공장 건설, 가스관 부설 공사 등에 대거 참여하고 있었다. 그 배경엔 아사드 정권과의 긴밀한 유착관계가 작용하고 있다. 러시아가 아사드 정권 지키기에 나선 이유들이다.

워싱턴=전석운 특파원 swchun@kmib.co.kr